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백신이 만든 독감 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 61만5140개를 자진회수한다고 9일 발표했다. 신성약품에서 유통한 독감 백신 48만 개 폐기를 결정한 지 사흘 만이다.
이번에는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식약처는 지난 6일 경북 영덕군보건소로부터 백신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제품을 긴급 수거하고 업체에 자체 조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흰색 이물질(75㎛ 이상 입자)은 단백질 99.7%, 실리콘 오일 0.3%로 확인됐다. 한국백신이 6개 제조라인에서 생산한 제품 90만 개를 조사한 결과다. 이 회사는 A사와 B사가 제조한 주사기에 백신을 담았는데 16만120개(A사 주사기)에서는 이물질이 나오지 않았다. B사 주사기에 담은 백신은 총 61만5140개로 이 중 일부에서 이물질이 확인됐다. 백신 유통 과정에서 냉장보관하도록 한 콜드체인은 잘 지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한국백신에서 생산한 독감 원액을 B사 주사기에 담아 보관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B사 주사기에 담은 4개 라인 제품을 모두 자진회수하도록 했다.
9일 기준 문제가 된 백신은 이미 1만7812명에게 접종됐다. 이 중 7018명은 국가예방접종 사업 대상(무료 접종)이고, 1만794명은 돈을 내고 맞았다. 이 중 1명이 국소통증 이상 반응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검토 작업에 참여한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구성 성분의 농도와 용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약물, 산이나 실리콘 처리 과정 중 단백질 응집이 생길 수 있다”며 “(흰 이물질이) 항원단백질 응집체가 맞다면 주사 부위 통증과 부종 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질 수 있지만 전신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독감 수급에는 비상이 걸렸다. 올해 국내 생산된 백신 2964만 개 중 3.7%가 제조·유통 과정상 문제로 폐기되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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