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이 혼조세다. 지금까지의 상승세가 지속될지, 가격이 떨어질지는 쉽게 맞추기 어렵다. 다만 영원히 가격이 오르는 자산이란 있을 수 없는만큼 언젠가는 부동산 시장에도 조정기가 올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조정기가 닥친다면 과거와는 다를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수요 증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이주를 제외한 한국 인구는 지난해 11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7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민자를 포함한 총 인구 역시 2029년부터는 줄어들 전망이다.
이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게 될까.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에게 물어봤다. 유 교수는 일본에서 부동산학 박사를 받은 일본 전문가로 2018년에는 일본의 인구감소 사례에 비춰 한국 지방의 위기를 분석한 책을 내기도 했다.
"인구 감소가 겹친다는 것은 지역에 대한 편차가 더 심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구 감소 자체가 전반적인 집값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서울 인구는 2015년 1002만명에서 지난해 972만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번 상승기에 서울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르지 않았나. 소득과 산업이 있는 곳에는 인구의 이동도 늘어나 집값이 좀처럼 떨어지기 힘들다."
▷경제적 기반이 미약한 지방 시장은 어려워질까.
"같은 지방에서도 지역에 따라, 같은 도시 안이라도 구나 동에 따라 큰 편차를 띄게 된다고 봐야 한다. 최근 5년간의 통계치를 보면 같은 지역이라도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과 줄어드는 지역이 있다."
▷인구감소 시대에 인구 이동과 함께 살펴야할 변수가 있다면.
"세대 수를 봐야 한다. 앞에 말한 서울이 인구 감소에도 집값이 오른 중요한 원인이 세대수 증가다. 인구는 이미 자연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의 세대수는 2038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2028년쯤이면 세대수도 줄어들 걸로 봤지만 가구 분화가 예상보다 강하게 이뤄진 결과다."
▷인구 감소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인구 기반이 취약한 지역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악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외국인 인구 유입으로 총인구 감소는 아직 멀었다고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시장 영향이 특정 지역에 그치는데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값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때는 일단 외국인을 때놓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묻어두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이야기가 옛말이 될 것이다. 일본에는 주인이 없는 땅이 전체 면적의 20%로 큐슈 섬 하나 크기와 맞먹는다. 부모가 사망하며 상속한 땅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넘겨 받지 않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저출산에 저성장이 겹치며 상속세와 재산세까지 감안하면 굳이 소유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어떤 필지는 3대에 걸쳐 상속 등기를 하지 않아 소유자가 157명이나 되는데 이중 3분의 2는 연락두절 상태다. 한국도 이제 인구감소가 시작된만큼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2015년 통계를 기준으로 살펴봤더니 빈집 문제가 심각했다. 229개 시군구를 분석한 결과 3분의 1인 86개 시군구가 소멸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봤다. 2030년이 되면 30대 이하 인구가 한명도 없는 지자체도 출현한다. 이런 지역에서 주택이나 토지로 재테크를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지자체 자체의 생존이 관건이 된다"
▷당장 지방 행정 계획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다.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을 전제로 도시 계획등을 세운다. 경기 평택시의 경우 지금 인구가 47만명인데 2035년에는 120만명까지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도시기본계획을 설립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대부분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대규모 택지개발을 하고 산업단지를 새로 조성하는 등의 정책을 편다. 인구 트렌드를 감안하면 큰 사회적 낭비가 될 수 있다. 구도심을 관리하고 정비해 빈집을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수백세대 이하의 소규모 신규 개발은 유효하다. 이미 일본에서는 중소도시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이같은 소규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구도심이 지나치게 노후화되자 소규모 신규 택지를 개발해 젊은 인구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소멸에서 벗어나기 위한 안간힘으로 일종의 지자체간 '인구 전쟁'이다. 빈집이 늘어나는 구도심은 방치하고 새로운 택지에 인프라 투자를 하는 식의 전략이 보편화될 수 있다."
▷상가는 어떻게 될까.
"당장은 인구보다는 코로나 유행에 따른 '언택트'에 따른 파급효과를 강하게 받게 된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도심 등 중심지의 소비가 주택가로 흘러드는 '홈 어라운드' 소비가 대세가 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갈수록 주택가 주변 상권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갈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 팔리지 않는 집이 있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주택금융공사의 주택 연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현재의 가치를 기준으로 연금을 지급하며 살아있는 동안은 거주할 수 있다보니 집의 사용성과 가격 하락 리스크 헤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다만 이에 따른 부담이 주택금융공사에 누적되고 있어 미래에는 국가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는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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