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사력 못 넘본다"…北, '더 커진' ICBM·SLBM 동시 공개 [종합]

입력 2020-10-10 21:49   수정 2020-10-10 22:19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공개했다.

이날 오후 북한 조선중앙TV가 녹화 방송한 열병식 마지막 순서엔 11축 22륜(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신형 ICBM이 등장했다.

TEL의 바퀴 수만 보더라도 북한이 마지막으로 개발한 화성-15형(9축 18륜)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져 사거리가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 화성-15형은 길이가 21m였으나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은 2∼3m가량 긴 23∼24m로 추정된다. 외형상으로 직경도 화성-15형(2m)보다 약간 커졌다. 신형 ICBM의 TEL도 기존 화성-15형 TEL과 외관이 달라졌다. TEL 제작 기술도 발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군 당국은 화성-15형 사거리를 1만3천㎞로 추정하고 있는데 신형 ICBM은 이보다 훨씬 길 것으로 관측된다. 미사일 동체 길이와 직경이 커진 것은 추력을 높이고자 1단 추진체에 보조엔진 3개를 달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추력을 키우면 사거리가 늘어난다.

특히 미사일의 탄두부 길이도 길어진 만큼 '다탄두 탑재형'일 지도 주목된다. 다탄두 탑재형일 경우,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 타격할 수 있다. 다만, 다탄두 ICBM을 쏘려면 상단 로켓 또는 후추진체로 불리는 'PBV(Post Boost Vehicle)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데, 북한이 PBV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북한은 이와 함께 '북극성-4A' 신형 미사일도 공개했다. '북극성' 미사일은 고체연료 기반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북극성-1형과 3형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며 2형은 지상발사형이다.

북한이 건조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3천t급 잠수함이나 4천∼5천t급 잠수함 탑재용으로 보인다.

북극성 계열 미사일은 북한이 개발한 SLBM으로, 1형은 2016년 8월 이른바 '신포급' 또는 '고래급'이라고 불리는 잠수함에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2형은 이를 지상발사형으로 만든 모델로, 북한은 이를 2017년에 시험발사했다. 3형은 지난해 10월 2일 바지선으로 추정되는 플랫폼에서 시험발사했다.


군 당국은 이번 열병식에서 성능이 개선된 ICBM·SLBM·TEL 등이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세 가지 '신무기'를 모두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합동참모본부 역시 "오늘(10일) 새벽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장비·인원 동원하에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세 가지 신무기를 모두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국방력에 대한 자신감을 뽐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불과 5년 전 바로 이 장소에서 진행된 당 창건 70돌 열병식과 대조해보면 알겠지만 우리 군사력의 현대성은 많이도 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사력은 그 누구도 넘보거나 견주지 못할 만큼 발전하고 변했다"며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제일 확실하고 튼튼한 국가방위력으로 규정했다. 금 이 순간에도 부단한 갱신 목표들을 점령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며 자위적인 전쟁 억제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핵에 대한 별도 언급도 없었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 능력의 증강을 과시하면서도 수위 조절을 통해 미국 대선 후 대미 협상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며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 전쟁억제력 키우는 게 아님을 분명히 하고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7시부터 같은날 자정에 진행된 열병식을 녹화 중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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