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 3공장(30조원), 화성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라인(7조4000억원), 평택 EUV 파운드리·낸드플래시 라인(18조원), 중국 시안 메모리 반도체 라인(17조원)….
최근 삼성전자가 단행한 투자 목록이다. 반도체 등 주요 핵심 사업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음을 알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요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삼성의 행보는 정반대다. 예년보다 오히려 투자 규모를 더 늘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들을 찾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고용 확대에도 신경 쓰고 있다. 국내에서 일하는 삼성전자의 직원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0만6700여 명이다. 지난해 말(10만5257명)보다 1400여 명 늘었다. 시설투자가 집중된 반도체 분야에서 신규 채용이 많았다.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경영은 이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올 들어 현장경영을 이어가며 미래 기술이 얼마나 준비됐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1월 경기 화성 DS부문 사장단 간담회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20여 차례 현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키워드는 혁신과 도전이다.
이 부회장은 3월 경기 수원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라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충남 온양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EUV 노광공정을 적용한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을 생산 중이다. 10나노급은 반도체 미세회로의 선로폭이 10나노미터(㎚, 1㎚=10억분의 1m)대라는 뜻이다. 같은 10나노급이어도 10나노 후반은 1y, 중반은 1z로 부른다. 앞서 삼성전자가 생산한 2세대 10나노 D램은 1y 제품이었다.
평택 2공장의 한쪽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곳은 10조원이 투입된 파운드리 라인이다. 2018년 삼성전자가 평택 2공장을 착공할 때만 해도 파운드리 설립 계획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신설은 새로운 고객사를 다수 확보했다는 뜻”이라며 “올해 2월 가동을 시작한 화성의 V1 EUV 전용 라인만으론 주문을 처리하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7나노 EUV 기술을 적용한 IBM의 차세대 서버용 파워10 프로세서를 수주하는 등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평택 파운드리 라인의 가동시점은 2021년 하반기다.
평택은 낸드플래시 생산 거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5월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들어갔다. 증설된 라인은 2021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삼성전자의 최첨단 V낸드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라이프스타일 확산이 낸드플래시 수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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