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무색할 정도의 놀라운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을 235조원, 영업이익을 35조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5조원, 영업이익은 7조원가량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캐시카우인 반도체가 버팀목 노릇을 톡톡히 해주는 가운데 QLED 8K TV를 필두로 한 혁신 가전 제품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QLED 8K TV,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 등이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의 절대강자다. 2006년 와인 색깔을 입힌 ‘보르도 TV’를 내놓으며 TV업계의 맹주였던 소니를 꺾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 14년간 삼성전자는 한 번도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올해의 전략 제품은 화질을 개선한 QLED 8K TV다. 삼성전자는 올해 QLED 8K 모델 수를 두 배로 확대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고화질을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2020년형 QLED 8K TV엔 머신러닝과 딥러닝 방식을 결합한 ‘AI 퀀텀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원본 영상의 화질에 관계없이 8K 수준의 고화질로 변환해준다. TV와 다른 기기 간 연결이 쉬워졌다는 점도 올해 나온 제품의 특징 중 하나다. ‘탭뷰’ 기능이 새롭게 적용돼 스마트폰을 TV에 터치하기만 하면 바로 ‘미러링’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수신한 유튜브 영상을 TV로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 TV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에 발맞춰 75인치 이상 모델 수를 작년 11개에서 19개로 확대했다.
생활가전 부문에선 개인화된 프리미엄 가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모토는 ‘프로젝트 프리즘’이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며 다채로운 색상으로 투영되는 것처럼 삼성 가전이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첫 결과물은 지난해 6월 나온 비스포크 냉장고다. 패널의 색깔을 소비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비스포크 제품군들은 인테리어와 주방가전의 경계를 없앤 제품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제품의 크기를 표준화했다. 국내 주방가구의 평균적인 깊이를 감안해 냉장고의 깊이를 700㎜ 이하로 설계, 냉장고의 돌출을 막았고 높이도 1853㎜로 통일했다. 2도어 제품을 사용하던 1인 가구 소비자가 결혼한 뒤 1도어를 추가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크기가 통일돼야 원래부터 하나의 제품인 것처럼 전체 주방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선택의 폭도 다양해졌다. 최근엔 와인과 맥주, 화장품 등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소형 냉장고 ‘큐브’가 비스포크 라인업에 추가됐다. 신발건조기 등 마니아를 겨냥한 제품도 준비 중이다
AI(인공지능)를 접목한 ‘그랑데 AI’ 세탁기와 건조기도 눈여겨볼 제품이다. 소비자 개개인의 사용 습관에 맞춰 세탁과 건조 패턴을 바꿔준다. 먼지에 민감해 일반적인 사용자보다 세탁을 오래하는 사용자가 꾸준히 이 제품을 쓰면 별도의 조작이 없어도 세탁 시간이 길어지는 식이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은 “비스포크 냉장고가 디자인과 감성의 혁신이었다면 그랑데 AI는 인공지능을 통한 소비자 경험의 혁신을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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