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후 산업의 불모지에서 건축자재산업을 일으킨 KCC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정밀화학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실리콘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KCC의 전신인 금강스레트는 6·25전쟁의 상흔이 완전히 아물기 전인 62년 전 건축자재사업을 일으켰다. 회사가 가진 자산은 부품이 떨어져 나가고 녹슨 슬레이트 초조기(抄操機) 한 대뿐이었다. 젊은 직원들은 부족한 부품을 채우고 생산기술을 배워가며 슬레이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반 금강스레트는 슬레이트 단일 품목만으로 지속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다각화·다양화를 통한 사업 확장을 추진했다. 1974년 신규 법인인 고려화학주식회사를 설립한 뒤 울산에 도료 생산공장을 건설해 유기화학 분야인 도료산업에 진출했다. 1976년에는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를 ‘주식회사 금강’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기존불연내장재, 미네랄울, 천장재 등을 생산하며 무기화학 부문으로 사업의 외연을 확장했다.
KCC는 지난 60여 년 동안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기술 자립화 및 국산화에 힘을 쏟았다. 1996년 수용성 자동차도료에 대한 독자 기술을 확보하며 한국 도료기술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전자소재 분야에도 연구를 집중해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봉지재(EMC) 양산화에 성공했고, 각종 반도체 봉지재를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디램(D-RAM) 반도체용 보드온칩(BOC) 접착제를 개발해 상업화에 성공하며 반도체 재료를 일부 국산화했다.
유기화학과 무기화학을 아우르는 정밀화학기업으로 자리매김한 KCC는 지난해 세계 3대 실리콘업체 미국 모멘티브퍼포먼스머터리얼스(이하 모멘티브)를 인수하며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실리콘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KCC는 오래전부터 실리콘을 ‘한국이 꼭 가져야 할 기술’이라고 판단하고 주력사업으로 키워왔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실리콘 제조기술을 독자 개발해 그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실리콘 원료의 국산화를 실현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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