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우스’ 김태훈(35)이 2년2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정상에 섰다.
김태훈은 11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파72·7350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우승상금 3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친 그는 2위 이재경(21)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그가 들어 올린 네 번째 우승 트로피. 2018년 8월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김태훈은 우승상금 3억원을 가져가면서 시즌 상금 4억7152만원을 기록해 김한별(24)을 따돌리고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제네시스 포인트에서도 2870.5점을 획득해 김한별에 이어 2위로 도약했다. 김태훈은 “국내 최고 대회에서 웃을 수 있게 돼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캐디를 오래 맡아온 아버지 김형돈 씨(59)와 지난해 6월 태어난 아들(김시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내가 부진하면 아버지가 더 아쉬워하셨는데, 선물 하나 안겨드린 것 같아 기쁘다”며 “16개월인 아들이 이걸 알아볼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같이 소리 지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를 하다가 골프 선수로 전향한 김태훈은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가 일품이다. 올해는 평균 307.404야드를 보내 이 부문 5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훤칠한 외모를 갖춰 스타성까지 인정받았다. 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이 워낙 강해 정교함이 아쉽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선 이를 이겨낸 침착함이 돋보였다.
경기 초반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4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챘으나 이후 6개 홀에서 보기만 4개를 범하면서 이재경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위기 상황에서 이날의 승부처가 된 13번홀(파3)에 들어선 그는 티샷을 홀 바로 옆 약 1m 지점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기세를 몰아 14번홀(파4)에서도 약 6m 버디 퍼트에 성공한 그는 16번홀(파4)에서 약 2m 거리의 까다로운 파 퍼트를 넣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태훈은 3억원의 우승 상금 외에 부상으로 따라오는 제네시스 GV80 차량을 얻었다. 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과 내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안전과 대회 일정 조정 문제 등으로 올해 더CJ컵 출전을 포기했다.
그러나 김태훈은 김한별과의 국내 투어 타이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제네시스 포인트 1위로 미국 더CJ컵 출전을 확정한 김한별은 귀국 후 2주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는 22일 열리는 비즈플레이 전자신문오픈에 출전할 수 없다. 11월 5일 개막하는 시즌 최종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도 연습 없이 곧바로 출전해야 한다. 김태훈은 “더CJ컵에 여러 사정으로 가지 못하게 돼 정말 아쉽다”면서도 “제네시스 상금왕과 제네시스 포인트 대상은 항상 목표로 했던 타이틀이기 때문에 꼭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1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더CJ컵에는 KPGA선수권 챔피언 김성현(22), 김한별과 함께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세 명에 든 이재경, 함정우(36)가 출전을 확정했다. 김태훈이 포기한 더CJ컵 티켓은 이태희(36)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이날 경기 후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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