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주식 상속권을 놓고 소송을 벌인 이건희 삼성 회장, 2016년 한정후견인을 정해야 했던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한진가 3세로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벌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 이들이 공통으로 문을 두드린 곳이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대표변호사와 윤기원 대표변호사가 함께 이끄는 법무법인 원이다. 2009년 설립된 원은 소속 변호사가 57명(외국변호사 4명 포함)에 달하는 중견 로펌으로 가사·상속·경영권 분쟁 분야에서 돋보인다.
지난 8일 서초동에서 만난 윤 대표변호사는 기업인들이 찾는 이유로 ‘신뢰’를 꼽았다. 그는 “의뢰인이 누구든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로펌,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끝까지 일하는 로펌을 표방하고 있다”며 “당장 눈앞의 사건 해결만이 아니라 해당 사건이 불러올 파장, 의뢰인의 명예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전략을 짠다”고 강조했다.
원은 경영권 분쟁과 대주주 관련 사건에서 정무적 감각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유는 여러 시뮬레이션(가상 시나리오)과 ‘입바른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에 있다. 최적의 맞춤형 변호사를 지정해 의뢰인의 말 한마디와 작은 행동, 사회적 이미지, 평판 관리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윤 대표변호사는 “대기업 오너 사건을 다룰 땐 의뢰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참모들이 ‘면피용’으로 내세우는 것인지까지 깊이 고민한다”며 “의뢰인 입장에서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은 사회적 관심과 파장이 큰 사건들도 맡고 있다. 박정희 정권에 항의했던 대학생 등이 대법원 판결 18시간 만에 사형돼 ‘사법살인’으로 불린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재심 사건, 세월호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이곳에서 담당했다. 윤 대표변호사는 “선뜻 맡으려는 데가 없는 사건, 누구도 쉽게 나설 수 없는 사건을 주로 많이 해왔다”며 “그래서 우리 로펌을 두고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가면 그늘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은 산하에 ‘사단법인 선’을 두고 있다. 사업과 공익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철학 아래 2013년 설립했다. 무료법률상담, 김장 봉사, 복지시설 봉사 등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기업과 산업계의 변화에도 민첩하게 대처하고 있다. 원은 최근 인공지능(AI)사업팀을 꾸리고 AI 관련 각종 법령 및 규제 컨설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AI사업팀은 광주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발주한 ‘AI 규제 해소 컨설팅 지원 용역’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전국 AI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법률 컨설팅을 제공 중이다.
윤 대표변호사는 “새로운 영역이 계속 생겨나고 성장하는 것은 법률 서비스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며 “시대 변화에 맞춰 미래를 준비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남정민/최예린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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