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에 따라 독일 당국에 의해 철거 명령이 떨어진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법적 대응이 시작된다.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는 12일(현지시간)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은 지난달 말 국제적으로 전쟁시 여성피해 문제를 알리기 위해 관할 미테구의 허가를 얻어 공공장소인 거리에 설치됐다.
그러나 이후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독일 정부에 철거요청을 하자 미테구는 지난 7일 전격적으로 철거 명령을 내렸다. 제막식을 한 지 9일 만으로, 미테구청은 오는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미테구는 소녀상의 철거 명령의 근거로 비문의 내용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미테구는 비문 내용이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고 했다.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고, 이런 전쟁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문구가 들어있다.
다만 코리아협의회 측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문 내용에 대한 제출 요청이 애초 없었고 비문 내용도 문제가 없다는 게 협의회 측의 설명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베를린 소녀상의 설치기한은 1년으로, 이를 연장하려면 재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법적 다툼으로는 상당 기간 소녀상을 그 자리에 둘 수 있지만 1년 간 버티며 사실상 행정명령을 무효화하더라도 그 이후를 장담할 수 없다.
연장 여부는 그동안 소녀상에 대해 해외에서 일본 측이 철거 명분으로 주장해오고 독일 측이 수용한 한일 간의 분쟁요인이 아닌, 국제적인 전쟁 여성 피해 문제를 알리기 위한 보편적 인권 문제의 상징물이라는 점을 현지 시민사회에 납득시키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독일 현지에서는 철거 반대 청원 운동도 시작된다. 청원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1769명이 서명했다. 서명자 대부분은 베를린 등 독일 거주자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 철거 반대 청원을 진행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인인 김소연씨는 페이스북에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을 상대로 한 공개편지를 통해 남편과 함께 철거명령 철회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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