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도전과나눔의 이금룡 이사장(68·사진)은 12일 “온통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혁명을 거론하지만 정작 필요한 기술인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무엇보다 실무형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AI 인력 10만 명을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변화에 더딜 뿐 아니라 실전 감각이 떨어지고 과정도 긴 대학에 인력 육성을 맡길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정부가 한국무역협회나 소프트웨어협회 등에서 1~2년 과정의 디지털 전문인력 단기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처방이다. 그렇게 하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인력과 개발자를 못 구해 난리를 치는 기업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도전과나눔을 3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도전과나눔은 스타트업을 돕는 단체다. 선배 기업인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후배 스타트업을 후원한다. 2013년 ‘창조와혁신’이란 법인으로 출범했고, 2017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청년기업가의 ‘도전’과 선배 기업인의 ‘나눔’을 합친 말이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비롯해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 민남규 자강산업 대표, 한재권 조인 회장, 이윤재 지누스 회장,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회장,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회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등 쟁쟁한 선배 기업인 8명이 후배 스타트업 74개 업체를 후원하고 있다. 매달 한 번 열리는 조찬포럼을 통해 경영 자문과 벤처캐피털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이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모토 중 하나도 ‘pay it forward’(받은 만큼 돌려줘라)”라며 “기성세대로서 젊은 창업가들이 외롭지 않게 내리사랑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단언했다. “단순히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뿐 아니라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혁신형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삼성물산에서 인터넷 사업부 임원으로 일하다가 벤처 열풍이 불던 1999년 인터넷 경매회사 옥션 대표를 지냈다. 2001년엔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벤처 1세대의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오랜 실무 경험을 쌓은 그에게 후배 벤처기업인을 위한 조언을 묻자 그는 “기업가는 고객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망한다”며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에 성공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늘 ‘성장’하는 것이죠. 사업은 등산이 아닙니다. 여행에 가깝죠. 산은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지만 사업에는 여행처럼 좋건 나쁘건 닥쳐오는 여러 과정 자체를 즐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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