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또 극우본색 "일본, 식민지배 사죄 이제는 끝내야"

입력 2020-10-13 08:16   수정 2020-10-14 11:38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간접적으로 부정하고,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를 더이상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하는 등 다시 한번 보수·우익의 가치관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13일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 아이들과 손주, 그리고 그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안겨줘서는 안된다"며 '전후 일본'에 대한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베 내각의 현저한 성과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1993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최초로 인정한 고노 담화를 검증해 "많은 사람들이 역사적 진실에 보다 가깝게 다가감으로써 이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아베 내각은 2014년 고노 담화를 검증해 "기본적으로 계승하겠다"면서도 "협의의 의미로서 강제성에 대해 말하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언은 없었다"고 말했다.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위안부의 강제 동원 사실을 사실상 부정한 것으로 비판받았다. 지난 8월28일 총리직을 사임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7년 8개월의 아베노믹스(아베 내각의 대규모 경기부양책)를 통해 400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한 것이 최대 성과"라고 말했었다.

반면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는 "전후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아베 담화'를 통해 전후 일본의 존재방식(거듭된 사죄)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자평했다. 일본이 언제까지 사죄외교를 반복하는 패전국인 채로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베 담화는 2015년 8월14일 아베 당시 총리가 "후손들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을 말한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통절하게 반성하고 마음으로부터 사과한다"고 밝힌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서도 "일본만이 주목하고 있다"며 거꾸로 식민지배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은 세계적으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지구위 전체를 넓게 볼 필요가 있다"며 "당시의 긴 역사의 흐름을 볼 때 일본은 100년에 걸친 시간의 한 축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유럽 열강의 억압을 받던 아시아, 아프리카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고도 주장했다. 일본이 조선 등 아시아를 침략해 식민지배한 것은 서양 열강에 맞서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은 일본 우익세력들의 전형적인 역사관이다.

그는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과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결정한 한일위안부합의 등을 통해 "전후를 마무리하는게 가능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연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당연히 그렇다"며 "임기 만료 전 중의원 선거에서 이기면 당연히 승리한 총재가 계속 맡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깊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는 "중일 양국은 무역과 투자로 상호이익을 얻어왔다"면서도 "중일 디커플링(탈동조화)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현재의 틀 안에서 얼마나 중국을 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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