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대출·주담대 금리 '꿈틀'…영끌·빚투 제동 걸리나

입력 2020-10-13 15:12   수정 2020-10-13 15:14


은행들의 개인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월을 기점으로 ‘오름세로 전환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 들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대출금리와 주담대 금리는 전년 동기에 비해 0.5%포인트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를 우려하며 은행들에 신용대출 ‘속도도절’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금융채 발행을 통한 은행들의 자금 조달 사정이 나빠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신용대출 금리 꿈틀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대표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연 2.0~2.4% 수준이다. 사상 최저 금리를 기록했던 8월 말의 연 1.7~2.2%에 비해 0.2~0.3%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올 들어 줄곧 하락세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낮춘 여파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직전인 지난 1월 국민은행이 취급한 개인신용 1~2등급 금융 소비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2.91%였다. 7월엔 연 2.26%로 0.65%포인트 내려갔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이 기간 신용대출 취급 금리는 각각 0.91%포인트, 0.65%포인트 낮아졌다.

8월부터는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신한·국민·하나은행이 8월 취급한 신용대출 금리(개인신용 1~2등급)는 7월에 비해 0.02~0.06%포인트 올랐다. 우리·농협은행도 금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들은 자금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신용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기본금리)인 금융채 금리는 최근 바닥을 치고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년짜리 금융채 기준금리는 8월 6일 연 0.77%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지난 12일 기준 0.91%로 상승했다.

하지만 금융채 인상 때문만은 아니다. 금융채 금리가 오른 만큼인 0.14%포인트의 상승폭 이상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각 은행이 우대금리를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우대 금리 폭을 조정했다. 지난 6일 우리은행은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과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 등 대표상품의 우대금리를 최고 0.40%포인트씩 낮췄다. 재직기업, 결제실적, 급여이체 등 실적에 따라 제공하던 인하폭을 줄인 것이다. 하나은행은 7일부터 하나원큐 신용대출의 한도를 2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
오름세 시작된 주담대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름세가 더 확연하다. 주담대 상품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추석연휴 직전인 9월 29일 5대 은행이 취급한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최저금리는 연 2.23~2.69%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8월 28일 취급하던 연 2.04~2.53%에 비해 은행별로 0.19~0.33%포인트 오른 셈이다.

8월 말 업계 최저인 연 2.04%짜리 신규 코픽스 주담대를 취급하던 농협은행은 한 달 새 0.19%포인트 금리를 높였다. 신한은행 주담대 최저금리는 연 2.36%에서 2.69%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은행별로 우대 구간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확연하다는 분석이다.

5대 은행 중 9월 한 달 새 금리를 내린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했다. 9월 코픽스가 발표되는 이달 중순 이후엔 우리은행도 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픽스란 국내 8개 은행의 조달 비용을 가중평균한 값으로, 예·적금의 반영 비율이 약 80%로 가장 높다. 예적금 금리가 더 이상 떨어지고 있지 않은 데다 코픽스에 약 10% 반영되는 금융채 금리도 보합 혹은 소폭의 오름세를 나타내 9월 코픽스가 ‘반등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빚 많이 냈던 개인 영향은?
은행들의 금리가 상승세를 탄다면 기존 대출자의 경우 이자 부담이 서서히 늘어난다.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별로 금융채에 연동해 3~12개월마다 다시 책정된다. 주택담보대출(변동형) 금리도 기존 대출자에겐 3개월간 서서히 인상분이 반영된다. 최소 연말은 돼야 금리 인상이 체감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규 대출자들은 새로 책정된 금리가 바로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른 시일 내 자금이 필요한 소비자라면 미리 대출을 받아놓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신용대출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을 줄이려면 금리를 높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다. 주담대에도 우대금리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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