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규제는 회사가 지난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에 규제샌드박스 제도 적용을 신청하면서 풀렸다. 규제샌드박스는 혁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유예·면제해주는 제도다. 산업부가 관련 법령을 개정해 규제를 풀어준 덕분에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제품을 500대 이상 판매해 2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산업부는 작년 1월부터 시행된 규제샌드박스를 적용받은 30개 기업의 최근 1년간 투자유치 실적이 올 9월 말 기준으로 128배 급증하고 매출도 88배 늘었다고 13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말 2억6000만원에 불과했던 이들 30개 기업의 투자유치 실적은 올해 9월 332억7000만원으로 뛰었다. 매출은 2억5000만원에서 220억2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산업부는 이 과정에서 모두 아홉 차례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어 임시허가 등을 부여하는 방식을 통해 총 74건의 규제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일반 220V 콘센트를 통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를 개발한 업체는 지난해 임시허가를 받은 뒤 1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일자리도 늘었다. 30개 기업은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적용받은 뒤 사업 규모가 커지자 종전 총 580명이던 고용 인원을 649명으로 확대했다. 규제샌드박스 덕분에 고용 규모가 11.8%(69명) 증가한 것이다.
경력 단절 여성과 중장년 등 고용 취약 계층의 창업도 잇따랐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방을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주방 사업’을 통해 창업한 경력 단절 여성 A씨는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느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규제샌드박스 제도로 공유주방 사업이 가능해진 덕분에 초기 비용 없이 창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규제샌드박스가 적용된 10여 개 사업은 정식 법령 정비로 이어졌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기업들도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예컨대 수소충전소는 안전성이 검증됐는데도 그간 준주거지역 및 상업지역에 설치할 수 없었지만 실증특례(신기술 등 테스트를 위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계기로 국토계획법 시행령까지 개정돼 안전성 확인을 거치면 충전소 설치가 가능하게 됐다.
장영진 산업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은 “성공적인 사업은 실증특례기간이 끝난 뒤에도 법령 정비 전까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산업 분야 기업이 규제장벽을 넘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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