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근묵 한국지하수·지열협동조합 이사장(지지케이 회장·사진)은 13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충 전략이 결실을 거두려면 정책 균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발전설비’뿐만 아니라 지열 냉난방시스템, 펠릿을 활용하는 바이오매스 등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열에너지 공급설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안 이사장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발전설비에만 편향된 정책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RPS는 50만㎾ 이상의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태양광·풍력 등으로 발전·공급해야 하는 제도다. 안 이사장은 “전국에서 보급이 크게 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설비는 환경 파괴가 심각하고 날씨 변화에 따라 에너지 생산 편차가 커 전력 품질이 좋지 않은데도 지원이 이어지는 데 비해 열 공급설비는 홀대받고 있다”고 했다.
지열 냉난방시스템은 가장 실속 있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라는 게 안 이사장의 설명이다. 지열에너지를 활용하는 지열 냉난방시스템은 땅속 200~500m 깊이로 지중 열교환기를 설치해 연중 15~20도의 지열을 지상에 설치된 지열 히트펌프로 전달해 냉난방과 온수로 활용할 수 있다. 안 이사장은 “지열 냉난방 시스템은 태양광 등 발전설비에 비해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때 세 배 정도 에너지 생산 능력이 크다”며 “6~7년 정도면 투자금액을 모두 회수할 수 있는 데다 3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고 유지관리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가 의무화된 공공기관에 태양광발전설비보다 지열 냉난방시스템이 훨씬 많이 설치된 것도 이런 이유라는 설명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혁신도시 등에 이전한 공공기관의 신재생에너지원 중 태양광과 지열이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중 지열이 71%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건설이 시작된 대전지방국세청, 강원연구원, 부산오페라하우스 등은 지열 에너지 설비만으로 건물 전체 냉난방을 공급할 계획이다.
안 이사장은 “지역과 지형, 계절의 영향 없이 365일 안정적으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지열 냉난방시스템이 유일하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구현하는 데도 지열 에너지설비가 가장 효율적인 만큼 정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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