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은 코로나19 확산, 증시 활황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8월에는 6조3000억원 늘어 증가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신용대출 증가가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당국의 우려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두 달 전만 해도 “시중에 돈이 마른 상황에서 신용대출까지 조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조심스러워하던 당국이었다. 집값 안정이란 미명 아래 부동산 담보대출을 꽉 막아 놓고 신용대출까지 규제하면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이 어떤 타격을 입을지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기존 방침을 바꿔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하니, 영문 모르는 소상공인·서민들은 속이 타들어가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렇게 나오는 데엔 최대 정치적 위협요인이 된 부동산 불안을 우려한 대통령의 지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18일 “신용대출을 통해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경감시키는 행위를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 신용대출 관리계획 제출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창구지도’에 나섰고, 은행들도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 축소, 금리인상 등의 방식으로 호응했다. 여당 의원들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에 신용대출 억제를 계속 압박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권 요직을 대통령 측근이나 특정학교 인맥으로 채우고, 시시콜콜 개입하던 것을 ‘관치(官治)’라고 맹공한 게 지금 여권이다. 그랬던 이들이 이제는 복잡다단한 파장이 뒤따르는 금융정책에 직접 개입하는 ‘정치(政治)금융’을 당연시한다. 대통령과 여당까지 나서 “대출을 늘려라, 줄여라” 하는 식의 행태는 멈춰야 한다. 시장을 가장 잘 아는 금융회사에 자율권을 주는 게 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서민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열쇠다. 정부는 언제까지 금융을 ‘자율과 책임’이 아닌, ‘간섭과 통제’ 대상으로 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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