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사의 문제 발언은 “한국이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 등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고, 한국의 외교 행보 하나하나에 국내외 시선이 집중되는 시기에 다른 사람도 아닌 주미대사의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까지 지낸 그가 한·미 관계에서 이런 발언의 민감성과 파장을 몰랐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사관에서 내놓은 해명도 저급한 정치 차원의 ‘치고 빠지기’라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한·미 관계 정책의 핵심에 있으면서 동맹의 가치를 흔드는 그의 문제성 발언은 처음도 아니다. 지난 6월에도 미·중 갈등과 관련해 “이제는 우리가 (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해 “외교적으로, 특히 주미대사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도 미국은 곧바로 반박하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 대사의 언급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반복된 ‘한·미 동맹 흔들기’ 및 북한 옹호를 보면 각본에 따라 그 나름의 ‘성역깨기’에 나선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서해 민간인 피격·유기 사건’과 신형 미사일을 앞세운 북한의 심야 퍼레이드는 외면한 채, 이 대사는 신뢰할 만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미국도 종전선언에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대사로서 부적절하기는 존재감 없는 장하성 주중대사도 마찬가지다. BTS를 향한 중국 네티즌의 터무니없는 공격이나 편향된 관영매체 보도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중국의 특수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해도 한국에서 동분서주 활보하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너무 비교된다.
장 대사의 과도한 ‘저자세 외교’와 논란을 만든 이 대사의 황당한 ‘한·미 관계론’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미 동맹의 발전을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이 대사의 발언을 어떻게 보는지 국민은 궁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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