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외부 문물을 수용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외래문화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배타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서역에서 들어온 의복과 음식, 춤을 두고 호복(胡服), 호식(胡食), 호등무(胡騰舞)처럼 굳이 ‘오랑캐 호(胡)’자를 붙여가며 구별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원나라 때 유행했던 고려식 생활풍습인 ‘고려양(樣)’을 중국 역사가들은 불만의 눈초리로 봤다. 송나라의 혐한파 지식인 소동파가 ‘메이드 인 코리아(고려)’ 물건을 두고 “아무 쓸데없는 노리개”라고 폄하한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 감정에 기반한 중국인들의 외국에 대한 반감,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한 질시가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사건이 또 불거졌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7일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미국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사람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꼬투리 잡은 것이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6·25 당시 중국군의 희생을 무시한 일’이란 주장을 펴며 한국산 불매 가능성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서둘러 현지 SNS 홍보물에서 BTS 관련 게시물을 지우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 네티즌이 BTS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BTS가 희생양이 됐다”고 꼬집었다. 6·25전쟁 참전국에서 중국산 불매운동까지 일어날 듯하자 중국 외교부는 “상호 우호를 도모하자”며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이 G2로 불릴 정도의 경제·군사대국으로 떠오른 상태에서 뿌리 깊은 배타주의가 결합하면 그 폐해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란 점이다. 또 중국을 대표할 만한 문화 콘텐츠가 없다는 점은 중국인의 열등감을 자극하기 좋은 요인이다.
문화인류학자 양하잉은 중국인의 심리 근간을 “강한 피해의식과 콤플렉스 덩어리”로 봤다. 중국의 질시가 집약된 감정적 트집은 BTS에 아무런 흠집도 내지 못했다. ‘컬처 파워’의 방탄력이 중국의 빈약한 문화수준만 드러낸 꼴이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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