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삼성전자의 미디어플랫폼인 뉴스룸에 올라온 소식이다. 공장 용수의 수질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수달을 등장시켰다. 삼성전자는 한 달 뒤엔 수달이 가족을 이룬 얘기와 ‘세계 수달의 날’을 맞아 국제수달기금의 폴 욕슨 박사가 보내온 감사 영상을 뉴스룸에 올렸다. 7월엔 수달과 물고기를 주제로 제작한 생태 다큐멘터리가 뉴스룸을 채웠다.
제품 뉴스, 기획·연재, 프레스센터 등 다른 탭을 선택해도 마찬가지다. 곳곳에 ESG 콘텐츠가 포진해 있다. 최근 1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4개 중 1개가 ESG 콘텐츠라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LG전자 역시 ESG 관련 콘텐츠를 대거 생산해 ‘LG=ESG 우수기업’ 이미지를 알리고 있다. 이 회사의 미디어플랫폼인 ‘라이브LG’는 ‘제품’ ‘테크·컬처’ ‘뉴스’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기업 소개글이 몰려 있는 ‘테크·컬처 부문’(1312개)의 콘텐츠 중 5분의 1인 252개가 ESG와 관련된 내용이다.
SK그룹 역시 자사 블로그에 ‘사회적 가치’와 ‘행복스토리’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마련해 ESG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의 영향력이 커진 데 따른 현상”이라며 “자체 미디어 플랫폼 콘텐츠뿐 아니라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 역시 ESG에 관한 내용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표준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넣어야 하는 정보가 계속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설명이다. 이전표준에선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됐던 기업지배구조가 대표적이다. 최신 GRI 표준은 ‘지배구조와 윤리’를 필수적으로 넣어야 하는 주요 항목으로 분류한다. 이사회 구성원과 산하 위원회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넣어야 GRI의 기준을 넘을 수 있다.
자료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만만찮다. 삼성전자는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생물다양성 보존 방침을 수록하며 경희대 생물학과, 한국생태환경연구소, 평택대 등의 조사 결과를 첨부했다. 사업장 하천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투입하는 사내 인력도 늘어나는 추세다. LG전자는 2019~202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작하기 위해 임원 12명, 선임·책임급 직원 28명 등 총 40명을 투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한두 조직만으론 보고서 작성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제품 출시 행사를 활용해 ‘ESG 우수기업’이란 점을 알리기도 한다. 지난 8월 5일 열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 언팩 행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갤럭시 사용자에게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를 알리기 위해 ‘삼성 글로벌 골(goal)’을 갤럭시노트20의 기본 앱으로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유엔개발계획(UNDP)과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골 앱을 보급하고 있다. 불평등, 기후, 교육 등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야 할 17개의 문제를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부를 받는다. 현재까지 이 앱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100만달러(약 11억4700만원)에 이른다.
이수빈/송형석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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