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법원은 이 신도가 병역을 거부한 시기 불법 촬영(몰래카메라)과 절도 등 여러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도 A씨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5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므로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모두 A씨가 불법촬영과 모욕죄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병역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로 입대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도 A씨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의견을 같이 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입영 거부할 당시 3차례에 걸쳐 여성의 다리와 발을 촬영한 사진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다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특정인에 대한 욕설을 온라인에 게시했다가 모욕죄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자신이 일하던 마트에서 28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쳤다가 기소되기도 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1월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04년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 입장을 견지해 온 대법원이 14년 만에 종전 판례를 변경한 것이었다. 이후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대법원은 총기 게임을 즐기면서도 입영 통보를 받자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병역을 거부한 남성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다만 다른 하급심 판결에선 "총 게임을 즐겼단 이유로 종교적 양심을 부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결론 지었다.
양심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만큼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의 조건으로 병역거부에 대한 종교적 신념의 깊이, 확고함, 진실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검찰도 이에 따라 기소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심은 병역 거부 당시 피고인의 종교적 신념이 깊거나 확고하다고 볼 수 없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했다"며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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