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출소가 예정된 조두순이 피해자가 살고 있는 경기 안산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이번 사안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데요. 여야는 앞다퉈 이른바 '조두순 방지법'을 발의했습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성년자 성폭력으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의 이동을 주거지에서 200m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가해자의 접근 거리를 피해자의 집으로부터 1㎞로 제한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상습살인범, 상습성폭력범, 아동성폭력범을 보호수용하는 내용의 보호수용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법안들은 위헌 소지가 있습니다. 헌법 제13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이중 처벌 금지'의 원칙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전두환 정권은 재범 우려가 큰 범죄자를 '교육·치료'라는 명분으로 청송감호소에 수용한 잔인한 역사가 있습니다. 조두순 방지법은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두순이 아동을 대상으로 잔인한 성범죄를 저질렀는데도 12년만 살고 나온 데 국회의 책임은 없을까요?
당시 기사를 검색해보니 법원은 "조두순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이고,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러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조두순에게 12년을 선고했습니다. "조씨가 술에 취하면 정상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 자신의 성향을 알면서도 술을 마셨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일차적으로 검찰과 법원에 책임이 있지만, 국회가 음주를 심신미약으로 보는 현행법을 손대지 않은 책임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음주=심신미약'으로 보는 주취 감형 조항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국회에서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찾아보니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18대 국회부터 꾸준히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가 형사법의 기본 원리라는 사법부의 반발에 부딪혀 개정이 이뤄지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음주로 인한 성범죄에 대해 가중처벌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만취 자체로도 별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음주를 감형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임오경 민주당 의원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감경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습니다. 이번에는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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