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시행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가을 이사철까지 맞물리면서 서울에서 경기도 전역으로 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전세 난민들이 경기도로 밀려나면서 판교·과천 등에서 전용 84㎡ 아파트 전세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도에서 집값이 전세가격을 밑도는 ‘깡통전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교신도시 전세 매물이 씨가 말라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평동 ‘봇들마을8단지’ 전용 84㎡ 전세 매물 호가는 12억원까지 치솟았다. 삼평동 A공인 관계자는 “이 단지 해당 주택형 전세 최고가는 9억4000만원이지만 현재 매물이 하나밖에 남지 않아 호가가 크게 뛰었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경기 하남시의 전세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수도권 공공택지 사전청약 일정이 발표된 뒤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전세 매물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덕풍동 ‘하남풍산아이파크1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해당 주택형에서 역대 가장 비싼 전세가격이다. 망월동 ‘미사강변 하우스디 더레이크’ 전용 84㎡ 전세가격도 지난해 8월 3억8000만원에서 지난달 6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경기권 다른 지역에서도 신고가 전세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 과천시 중앙동 ‘푸르지오써밋’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11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광명시 역시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광명시 철산동 ‘철산푸르지오하늘채’ 전용 84㎡는 지난달 22일 7억8000만원에 전세 신고가를 경신했다. 일직동 ‘광명역써밋플레이스’ 전용 84㎡ 전세도 지난달 28일 7억원에 거래돼 처음으로 7억원대에 진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5일 기준) 광명 아파트 전세가격은 0.38% 올라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난이 더욱 심각해지자 정부는 또다시 추가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신규로 전세를 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전세가격 상승요인 등에 대해 관계부처 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과 가을 이사철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전세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 아파트 전세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깡통전세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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