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통계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해 “통계청이 가계소득 관련 자료를 이중으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내막은 이렇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에서 가계 소득 분배지표가 이전보다 악화됐다. 하지만 통계청은 “2019년 조사 방식이 달라져 이전 통계와 비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같은달 7일 ‘2019년 지출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월평균 소비지출이 지난해보다 적게 나오자 같은 이유로 시계열 분석이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도 마찬가지였다. 비정규직 숫자가 1년 전보다 늘자 통계청은 “지난해와 비교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통계 기준을 써도 ‘시계열 비교’를 할 수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8월 열린 통계청 내부 회의 자료에 ‘바뀐 통계 방식으로 전년 동분기, 전기 대비에도 용이하다’고 명시돼 있었다. 유 의원은 “문재인 정부 이후 악화된 소득분배 실상을 감추기 위해 통계청이 통계 시계열을 단절하고 방식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통계청은 “절대 통계 조작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2018년 8월 소득주도성장 관련 통계가 악화된 것으로 나온 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경질되고 강신욱 청장이 임명된 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강 청장은 취임 전엔 “통계의 시계열 분석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취임 후 말을 바꿨다.
강 청장 취임 이후 시계열 분석이 불가능한 형태로 통계 방식을 바꿀 때마다 각종 지표는 개선됐다. 지난해 1분기 가계 소득이 대표적 예다. 기존 조사 방식에서 125만5000원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조사 방법 변경 후 149만9000원으로 19.4%나 뛰었다.
올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과거 방식으로 환산한 ‘5분위 배율’은 6.08배였는데 바꾼 방식으로는 5.41배였다.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6배가 넘었는데 새로운 방식을 썼더니 5.4배로 개선됐다는 의미다.
말 많은 통계를 만드는 데 일조한 통계청 직원들은 승승장구했다. 가계동향 통계 기준을 바꾼 담당 과장은 8월 서기관(4급)에서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했다.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3급 승진이 6년 만에 이뤄졌다. 같은 시기 비정규직 등 고용통계 기준을 변경한 과장도 3급으로 승진했다. 통계 기준을 총괄하는 국장 2명은 더 높은 자리로 영전했다. 이런 인사가 잇따르자 통계청 내부에선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2011년 제정한 ‘국가통계 기본원칙’에는 ‘국가통계는 공익적 가치를 가진 공공재로서 중립성이 보장돼야 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최근 통계청의 행보가 이 원칙에 부합하는지 통계청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 같다.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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