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 안쓴 재킷·車시트 재활용한 지갑…"비싸도 착하면 산다"

입력 2020-10-14 17:49   수정 2020-10-20 15:37


“이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 미국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내걸었던 광고 문구다. 회사 측은 “이 옷을 아무리 오래 입다가 버려도 3분의 2는 쓰레기로 남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재킷 한 벌에 들어가는 목화 생산에 135L의 물이 소비된다. 재킷의 60%는 재활용 소재를 이용했지만 이 과정에서 20파운드(약 9㎏)의 탄소가 배출됐다”는 메시지도 함께 내놨다.

파타고니아 매출 매년 35%씩↑
파타고니아의 전략은 고도의 ‘환경 마케팅’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어적 구호로 자신들이 환경을 보호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파타고니아는 공정무역, 친환경 소재로 유명하다. 염색할 때 독성 물질을 쓰는 등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원단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파타고니아 제품은 ‘쓸데없이 비싼 옷’이지만 브랜드 가치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에겐 ‘환경 보호의 상징’으로 통한다. 국내에선 가수 이효리 씨가 이 옷을 입은 모습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노출되면서 마니아층이 크게 늘었다. 파타고니아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50억원으로 최근 3년 동안 매년 35%씩 늘고 있다.

국내에선 SK이노베이션이 육성한 사회적 기업 모어댄이 환경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15년 창업한 이 회사는 버려진 자동차를 재활용한 뒤 컨티뉴란 브랜드를 붙여 지갑과 가방 등을 제작한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천연가죽, 에어백, 안전벨트 등이 연간 400만t에 달한다는 점에 착안한 사업모델이다.

모어댄이 화제가 된 계기는 2018년 열린 ‘SK그룹과의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컨티뉴 가방을 구입하면서 주문이 급증했다. 최이현 모이댄 대표는 “방탄소년단(BTS) 리더 RM, 강호동 씨 등 연예인들이 홍보대사 역할을 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건 화장품의 재발견
올 들어 화장품업계는 울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가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탓이다. 입술과 볼 화장을 잘 안 하게 되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해 주는 제품이 원료와 포장에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제조 과정에서도 동물성 실험을 배제한 비건 화장품이다.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에 전시된 제품 중 비건 화장품 비중은 5% 안팎이다. 시코르는 올해 1~3분기 비건 제품 매출이 목표보다 20% 이상 더 나왔다고 설명했다. 기존 화장품업체들도 비건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비건 화장품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로드숍 브랜드 미샤도 최근 첫 비건 제품인 착즙 마스크를 내놨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건 화장품 규모는 2017년 기준 129억달러(약 14조8500억원)다. 2025년엔 208억달러(약 23조9500억원)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착한 소비’가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비건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ESG는 이미지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
전문가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량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은주 인하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SNS로 정보를 공유하는 소비자 사이에선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의 정보가 금방 퍼진다”며 “ESG는 이미지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시장조사업체 입소스코리아와 최근 시행한 소비자조사 결과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전체 소비자의 83%는 “제품을 구매할 때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다소 비싸더라도 신뢰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3분의 2(66%)에 달했다. 또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3%)는 “경쟁 제품이 나와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답했다. 자신이 신뢰하는 기업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그만큼 높다는 분석이다.

민지혜/송형석/강경민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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