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들 스스로 지킬 '한국판 헤리티지재단' 나와야

입력 2020-10-14 17:55   수정 2020-10-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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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바이오·섬유·엔지니어링·자동차·전지·철강 등 7개 업종별 경제단체와 중견기업연합회가 ‘한국산업연합포럼’을 출범시켰다. 이들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 반대에 가세하면서 ‘한국판 헤리티지재단’을 지향한다고 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규제입법에 그만큼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헤리티지재단은 ‘경제적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정부 정책개발을 선도하고 의회 입법에도 목소리를 적극 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제대로 된 싱크탱크를 찾기 어렵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있지만 자율성이 거의 없고 정부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한때 민간기업 부설 경제연구소들이 가능성을 보였지만 정치권의 곱지 않은 시선 탓에 지금은 대부분 계열사 지원·자문으로 돌아섰다. 경제단체들이 보유한 싱크탱크도 현 정부 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종 규제를 양산하는 정책과 입법에 대한 기업의 체계적 대응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정책과 입법으로 쏟아지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경제단체들이 부랴부랴 정치권을 찾아가지만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정치인들이 온갖 슬로건과 프레임을 쏟아내, 국민은 기업이 왜 반발하는지 따져보고 시시비비를 가릴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부추기고 있는 반(反)기업 정서, 기업활동에 대한 무지와 오해를 언제까지 원망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대로 가면 반기업 정서가 더욱 고착화되면서 한국 사회에서 기업활동 자체가 질식당하는 상황에 이르지 말란 법도 없다. 더 늦기 전에 기업들 스스로 지킬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

단기간에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한 경제교육에서부터 정책 개발, 입법 대안 등 체계적 대응을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기업들이 연대하는 새로운 싱크탱크가 좋은 대안일 수 있다. 경제적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모든 자유가 그러하듯이 부당한 규제로 경제적 자유가 침탈당할 때는 기업들이 분연히 일어나 항거하고 바로잡겠다는 강한 의지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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