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차·항공·로봇…정의선 "상상 속 미래 모빌리티 앞당길 것"

입력 2020-10-14 17:39   수정 2020-10-19 16:22


현대자동차그룹 총수가 14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아들인 정의선 회장으로 바뀌었다. 정 회장이 2018년부터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사실상 경영을 총괄해왔기에 언젠가는 이뤄질 세대교체였지만, 경제계에선 예상보다 시기가 빨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확실하게 다지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IT기업보다 더 IT기업처럼
정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모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선 시대’의 현대차그룹 향방은 최근 2년간의 행보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우선 사업 영역이 대폭 바뀔 전망이다.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전기자동차, 자율주행기술, 수소연료전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등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타운홀미팅에서도 “미래 우리의 매출 비중은 자동차가 50%, 나머지 30%는 개인용 비행체,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트럭을 상용화해 수출에 성공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년 초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차세대 전기차를 내놓는다. 2023년엔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기업문화도 싹 바뀔 전망이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쇄신 인사’였다. 50대 중후반 최고경영자(CEO)를 전면에 내세웠고, 외부 인재를 영입해 순혈주의를 타파했다. ‘군대문화’라는 비판을 받던 조직문화도 뜯어고쳤다. 직원 호칭 체계를 5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해 수평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자율복장제와 수시채용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창의적인 근무 환경을 마련하고 소통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부진 회복, 노조 리스크 해소 과제
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당장 코로나19발(發)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5%, 47.7% 줄었다. 중국 시장의 실지(失地) 회복이 시급하다. 전기차 코나EV 화재와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완공 등도 정 회장이 신경써야 할 문제다. 지배구조 개편도 과제다.

노사관계를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새 시대에 맞는 신임 회장이 취임한 것에 축하를 전한다”면서도 “정 회장과 대표이사, 노조위원장의 3자 회동을 원한다”고 요구했다.

재계와 정계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은 “정 회장은 미래차와 모빌리티 분야에서 그 누구보다 가장 준비가 잘된 CEO”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정 회장의 판단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가 엘리엇매니지먼트에 공격받을 때 정 회장이 외국인 주주까지 안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재벌 총수답지 않게 겸손한 성품도 높이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김일규/이선아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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