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위한 경선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몇몇 인사는 경선 규칙을 마련하는 경선준비위 위원직을 자진 사퇴하거나 고사하면서 참여 거절이 곧 출마 선언으로 비치는 모양새다.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4일 사의를 밝혔다. 그가 당직 사퇴를 결정한 건 사무총장이 경선준비위에 당연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게 국민의힘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치권은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알기로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겠다는 결심이 선 것 같다”며 “그런 결심이 섰으면 사무총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이 경선준비위 첫 회의에서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경선 룰을 만드는 경선위원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밝혔지만 역시 꾸준히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 지 원장이 출마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인 오신환 전 의원 역시 경선위원 제의를 받았지만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야권에서는 이들뿐 아니라 원내 권영세·박진·윤희숙 의원, 원외 나경원·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현역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총선 패배로 적어진 의석수가 다시 한번 줄어들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현역의원이 시장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30일 전에는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의석수에 밀려 무력한 야당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 숫자가 더 줄어든다면 오히려 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며 “당 지지율 등의 판세를 볼 때 서울시장 승리도 장담할 수 없어 의석수와 시장 자리 둘 다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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