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원화 가치 강세)하고 있다. 달러 약세와 위안화 강세의 '이중주'의여파다. 향후 미국 대선이 외환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블루웨이브'(미국 민주당의 대통령직 및 의회 석권) 기대감에 내년 원·달러 환율이 1050원까지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1년 6개월 만에 1140원대 '진입'
15일 오전 9시46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6원 내린 1146.3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을 포함해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연속 1140원대다. 지난해 4월23일(1141.8원) 이후 약 1년6개월 만이다. 원화 가치가 강해진 것은 먼저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여서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93.36을 기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한 3월19일 103.60까지 올랐던 달러 인덱스는 지난 8월31일 92.13으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후 93을 중심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이 2분기 대폭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한 것과 함께 완화적 통화 정책 장기화에 따른 낮은 실질금리, 미국 재정 부양책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달러를 약세로 이끌었다.
중국 위안화 강세도 영향을 줬다. 지난 9일 역내 위안화 환율은 직전 일보다 1.4% 내린(위안화 가치 강세) 6.6974위안으로 마감했다. 이는 하루 상승률로 봤을 때 15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위안화 강세 배경으로는 중국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꼽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 상무부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경절 연휴 기간 소매판매와 요식업 매출이 270조원(약 1조6000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진했던 소비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3~4분기 중국 성장 성장률이 예상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진욱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8월 중순 이후 진정세를 보였던 글로벌 달러화 약세 추세가 다시 재개됐고, 국경절 연휴 직후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강세로 고시하는 등 원화 고유의 원인보다는 외부 요인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美 대선, 원·달러에 영향…내년 1050원 갈수도
앞으로 원·달러 환율 향방은 미국 대선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블루웨이브' 기대감이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루웨이브는 미국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민주당이 의회를 석권하는 것을 말한다.블루웨이브는 달러 약세를 유도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압승한다면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대규모 확장 재정정책 기대감도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이는 경기 회복 기대감과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 달러가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인다.
블루웨이브는 위안화 강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추가 부양책이 수출 경로를 통해 중국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데다, 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대중국 경제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블루웨이브로 달러 인덱스는 90포인트, 달러 대비 위안화는 6.5위안까지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블루웨이브는 원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심지어 내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내년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을 1050원으로 낮춰 잡았고, 현대차증권도 내년 연간 최저치를 1050원으로 예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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