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를 이끈 건 기타법인이었다. 매도에만 집중하면서 55만8757주를 내다팔았다. 순매도액은 1675억원이다. 빅히트의 기존 주주(434만8575주)들이 첫날부터 적극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도 각각 19만8644주(422억원), 12만5788주(564억원)를 순매도하며 하락세에 힘을 보탰다. 반면 개인은 87만9559주, 265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전체 보유 물량 대비 얼마를 팔았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빅히트의 기존 주주 보유 물량(434만8575주)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 물량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관의 상장 당일 매도 가능 물량은 92만6151주였던 만큼 첫날부터 차익실현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앞선 두 사례를 통해 공모주 투자자들로서는 더 빨리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욕구가 커졌을 것"이라며 "주말을 끼면 투자 열기가 식는 만큼 첫날 상한가에 내던지는 기존 주주와 기관 물량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공모가인 13만5000원으로 절대 주가 자체가 높다는 점도 신규 투자자 유입을 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SK바이오팜은 시초가가 9만8000원, 카카오게임즈는 시초가가 4만8000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빅히트는 첫날 상한가가 35만1000원에 달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상한가 매수에 줄을 서지 못했단 얘기다.
상장 당일 유통주식수도 670만736주로 적지 않았다. 전체 상장 주식 수의 19.8% 가량이다. SK바이오팜(13.06%)보다 높고 카카오게임즈(20.51%)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한가가 풀리면서 거래량은 급증했다. 이날 빅히트의 거래량은 약 650만주로 상장 당일 유통 주식 수(670만주)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당일 거래량이 각각 69만주, 56만주에 그쳤다.
공모가가 기업가치 대비 높게 형성된 점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빅히트는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기존 엔터테인먼트사나 인터넷플래폼사와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비교해 공모가를 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를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고 YG PLUS를 넣었다는 게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이날 주가는 시초가 대비 떨어졌지만 방시혁 의장을 비롯한 주요 주주의 보유 지분은 크게 늘었다. 1237만7337주를 보유한 방 의장의 보유지분 가치는 3조1933억원이 됐다. 총 47만8695주를 갖고 있는 방탄소년단 7명의 보유지분 가치도 1364억원으로 늘었다. 멤버 1인당 약 194억원이다.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이 가진 주식도 6개월 뒤엔 팔 수 있다. 보호예수 기간은 최대 2년으로 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방 의장은 6개월로 기간을 짧게 잡았다. 넷마블 보유 지분 708만주도 6개월 뒤 매도 가능하다. 스텍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주식의 70%인 242만주도 3개월 뒤 팔 수 있다.
성장성에 있어서도 방탄소년단(BTS)에 집중된 매출 구조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빅히트는 올해 6월부터 종속회사로 편입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영향으로 BTS 매출 의존도가 70%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간접적인 이익기여도까지 측정하면 BTS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인 수준"이라며 "빅히트는 제2의 BTS 만들기에 총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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