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경제신문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은행이 제출한 출자펀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이후 산은이 출자한 308개 펀드의 지난 6월 말 기준 평균 수익률은 0.25%에 그쳤다.
수익률은 산은이 출자한 전체 펀드의 출자액 대비 회수액(산은 추정 회수가능액 포함)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산은은 이들 펀드에 지금까지 모두 16조987억원을 넣었고, 16조1295억원을 만기 시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형별 수익률은 만기 전 17.3%, 청산 ?39.1%, 해산 10.8%이었다. 산은 관계자는 “청산 펀드 중 대우건설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의 수익률이 낮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산은이 개별 펀드 수익률을 제시한 303개 펀드 중 수익률이 0% 미만인 펀드는 100개(33%)에 달했다. 산은 출자 펀드 3개 중 1개는 투자원금도 건지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달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방안’을 내놓으면서 정책형 뉴딜펀드의 목표수익률을 ‘국고채 수익률+α(알파)’로 제시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약 연 1.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1.5% 이상 수익을 내야 하는 셈이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정책금융기관 등 공공부문의 출자를 받아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모(母)펀드 조성에 공공부문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모두 7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 중 산은 몫만 6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출자하는 3조원의 재정자금도 산은을 통해 집행된다. 민간 매칭자금 13조원을 포함한 20조원 규모 펀드 운용을 사실상 산은이 주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은은 지난달 17일 정책형 뉴딜펀드 실무준비단을 꾸렸다. 실무준비단은 민간 자(子)펀드 모집과 투자설계, 손실보전 방안 등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산은이 투자한 펀드 중 상당수가 뉴딜펀드와 투자대상이 겹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 펀드 투자내역을 보면 그린에너지나 인프라, 벤처 등 혁신성장 테마가 많다”며 “그럼에도 평균 투자 수익률이 0%대인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투자처를 가진 뉴딜펀드가 공공부분의 손실보전 없이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희곤 의원은 “산업은행 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장밋빛 뉴딜펀드 수익률을 내놓은 것은 정부가 사실상 국민을 상대로 '불완전판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