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지 전세 매물을 몇 주째 기다리던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결국엔 포기했어요. 결혼 날짜가 얼마 안 남아서 결국 다세대 빌라를 알아본다고 하더라고요.”(울산 남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인근 K공인 대표)
지난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뒤 벌어진 전세대란이 서울과 수도권을 거쳐 지방까지 확산됐다. 전국 곳곳이 전세 매물 품귀와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울산 남구는 이달 둘째주(12일 기준) 전주 대비 0.46%나 올랐다. 남구 신정동 ‘울산신정푸르지오’ 전용 59㎡는 올초 2억6000만원이던 전셋값이 이달 들어 3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신정동 K공인 관계자는 “두 달 사이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해 매물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총 1280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지만 전세 매물이 한 건에 불과하다.
부산에선 전세가격이 2~3년 전 분양가보다 높은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롯데캐슬스타’ 전용 84㎡의 전세 호가는 7억원 수준으로 분양가(5억9000만~6억9200만원)를 뛰어넘었다. 중동 L공인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 전세 매물은 거의 없고 대부분 월세로 바뀌었다”며 “30년 된 아파트 전셋값도 뛰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시장이 잠잠했던 강원도도 전셋값이 급등세다. 강원 춘천시 퇴계동 ‘e편한세상춘천한숲시티’ 전용 75㎡는 지난달 20일 3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4월까지만 하더라도 2억원 수준이었지만 5개월여 만에 1억5000만원 뛰었다. 강원 속초시 교동 ‘시티프라디움’ 전용 84㎡ 전세는 지난달 2일 신고가인 보증금 3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전고가는 6월 계약이 성사된 2억6000만원이다.
경기·인천에서는 교통 등이 좋은 지역과 개발 기대가 있는 곳 위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인근 수원역으로 2027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지나가는 경기 수원 장안구 천천동 ‘천천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21일 전세 보증금 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초 평균 3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던 주택형이다.
경기 성남 수정구 단대동 ‘단대진로’ 전용 59㎡는 지난달 26일 3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8월 기록한 전고가인 2억8000만원 대비 7000만원이나 뛰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더샵퍼스트월드’ 전용 111㎡는 지난달 2일 6억원에 전세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는 것은 수도권과 지방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5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7만4345건으로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전인 7월 30일(18만2817건)보다 60%가량(10만8472건) 감소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최근 3년여간 매매가격도 올라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월세 세액공제라도 확대해 이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배정철/정연일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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