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휴대폰은 애플이 처음은 아니다. 5G 통신 보급도 빠르지가 않다. 인프라가 빨리 구축됐다고 하는 미국에서도 올 7월 기준 60% 정도만 커버된다고 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굳이 5G를 이용하러 도시에 나갈 이유가 없다. 소비자가 5G를 즐길 만한 ‘킬러 앱’을 찾기 힘들다는 사실도 지적할 만한 대목이다.
애플의 라이벌인 구글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에 뛰어들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른 혁신 제품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애플과 구글 모두 클라우드와 게임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혁신’보다 ‘수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일부에선 코로나바이러스로 생활 문화가 바뀐 지금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을 개량한 제품에 더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위해선 오히려 시장 개척과 마케팅 강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조지프 슘페터는 저서 《경제발전의 이론》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선 경기 침체가 지난간 후에 새로운 기업가가 등장한다. 이 기업가들의 새로운 군단이 형성될 것이다. 번영의 파도가 시작되며 새로운 사이클이 돌아간다”고 했다. 기업가의 혁신성만 있다면 자본주의는 무한히 발전하고 노동자의 생활 수준도 개선된다.
기존 혁신 기업들도 ‘창조적 축적’을 지속한다. 이런 창조적 축적이 코로나 이후 파괴적 혁신을 낳고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지적한다. 지금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들은 이런 점에서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 혁신성이 없다면 슘페터가 말하는 ‘창조적 파괴의 영원한 강풍’이 언제 이들을 날릴지 모른다. ‘졸면 죽는다’가 아니라 ‘졸면 모두 사라진다’가 슘페터가 전하는 변치 않는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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