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는 오라클에서 최연소 부사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마크 베니오프가 1999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고 높은 61층짜리 빌딩입니다. 세일즈포스는 원조 CRM기업 오라클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이후 지난 8월말엔 엑손모빌 대신해 다우존스 산업평균 30개 기업 중 하나로 편입되면서 이름값을 높였습니다.
세일즈포스는 업력이 22년이나 된 회사이지만 최근 분기 매출이 29% 성장하는 왕성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비결엔 공격적인 기업인수를 통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멀티 클라우드 전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클라우드 맛집’이라고 불릴 만한 세일즈포스의 주가와 핵심사업모델을 살펴보실까요?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목표가는 최고 344달러에서 최저 160달러로, 현재 주가는 평균 목표가인 270달러보다 낮습니다.
9월초 주가가 치솟았던 이유는 2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인데요. 세일즈포스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석가들 역시 지속적인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분기 매출은 51.5억달러로 처음으로 50억달러를 돌파했는데요, 전년 대비 무려 29% 증가한 수치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급하게 만든 재택근무 솔루션인 워크닷컴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었습니다.
다만 3분기 매출 성장세는 2분기만큼 가파르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회사는 3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전년 대비 16% 증가한 52.4억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컨센서스를 4.6% 상회하는 수준이고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도 주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2분기 FCF는 전년 대비 22% 증가했으며, 2020 회계연도 기준 35억달러로 예상됩니다. 지속적인 FCF 증가는 향후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수준입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경쟁사인 어도비에 비해 낮은 멀티플을 받고 있다는 긍정론과 여전히 비싸다는 부정론이 혼재돼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세일즈포스의 Price-to-sales 멀티플은 8에서 10배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지난 9월초 급등장에선 11배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현재 주가 수준이 아주 높은 밸류에이션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를 위해선 고객 데이터와 이를 통합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겠죠. 그걸 세일즈포스가 가장 잘하고 있는 거고요. 특히, 세일즈포스는 기존 오라클과 달리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으로 CRM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면서 이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SaaS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퍼블릭 SaaS 시장에서 CRM은 비중이 42%로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힙니다. 그랜드 뷰 리서치에 의하면 2019년 기준 CRM 시장 가치는 402억달러에 달하며,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14%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CRM 시장 점유율로 보면 2019년 기준 세일즈포스가 18.4%로 업계 1위입니다. SAP(5.30%) 오라클(5.2%) 마이크로소프트(3.7%) 어도비(3.6%)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세일즈 클라우드 비중은 2014년만 해도 50%가 넘었지만 현재는 30%를 밑돕니다. 대신 플랫폼과 마케팅, 커머스 비중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세일즈포스가 공격적으로 기업을 인수하며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쓴 덕분입니다. 기존 세일즈 클라우드 고객에게 마케팅, 커머스, 서비스 클라우드를 추가로 팔면서 좀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산출하며 잠재 고객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러 개 클라우드를 쓰는 고객은 40%로, 2016년의 29%보다 증가했습니다. 여러 개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고객의 매출 비중이 93%에 이를 정도로 멀티 클라우드 전략은 적중한 것 같습니다.
그럼 세일즈포스가 영업부문을 넘어 어떤 부문으로 클라우드를 확장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서비스 클라우드는 세일즈 클라우드와 거의 같은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세일즈포스의 디지털고객지원 셀프서비스인 아인스타인봇의 1분기 사용량은 직전 대비 두 배 증가했거든요.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런 고객지원 서비스 부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가 끝이냐고요? 앞서 세일즈포스를 ‘클라우드 맛집’이라고 했잖아요. 마케팅부터 전자상거래까지 하나의 클라우드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2016년 클라우드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디맨드웨어를 인수하면서, CRM 사용 고객에게 홍보부터 마케팅, 영업 및 재구매 유도, 사후 지원까지 모든 종합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하게 됐습니다.
지난번 어도비 영상에서 설명했지만, 마케팅부터 커머스까지 포괄하는 고객경험시장이 앞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 시장에서 고객정보로 시작한 세일즈포스와 콘텐츠로 시작한 어도비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로 2018년, 2019년에 각각 인수한 데이터 통합기업 뮬소프트와 데이터분석기업 태블로 덕분입니다. 뮬소프트는 기업내부와 클라우드에 분산돼 있는 소프트웨어 앱과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태블로는 이런 데이터를 분석하는 쪽에서 1위 사업자고요.
시장 분석가들은 이 두 기업의 인수 시너지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한데 모으고 연결해 활용하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디지털전환기에 플랫폼 부문이 수혜를 보면서 세일즈포스의 중장기 성장 속도를 높일 것이란 설명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업답게 빠른 대응력은 강점으로 꼽힙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급하게 출시한 재택근무용 소프트웨어 워크닷컴이 실적 증대에 기여한 부분이 있거든요. 여기에 제조업체들의 재고관리를 돕고 백신을 배분하는 역할. 미디어, 에너지, 공공기관을 위한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도 출시했습니다.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는 대규모 투자 가능성이 꼽힙니다. 세일즈포스는 공격적인 인수 전략을 쓰며 성장해온 만큼 최근 뮬소프트, 태블로, 데이토라마 같은 굵직한 인수 이후 추가로 투자를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실 기업인수는 성장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통합 리스크, 인력보유 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요인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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