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표는 무신사를 만들 때 커뮤니티 형태로 시작했다. 국내외 패션 트렌드와 브랜드들의 신상품 발매 및 할인 소식 등을 전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이후 자체 제작한 패션 화보, 상품 큐레이션 등 패션과 관련된 콘텐츠를 온·오프라인 매거진으로 냈다. 이른바 ‘무신사 매거진’이었다.
지금의 무신사 쇼핑몰 형태를 갖춘 건 2009년. 어느 정도 깊이 있는 패션 콘텐츠가 모이자 수많은 신발 마니아가 무신사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쇼핑 플랫폼이 됐다. 무신사는 이제 ‘무진장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무신사는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의 성장판 역할을 했다. 반스, 컨버스, 나이키, 아디다스, 엄브로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발을 넓히기 시작한 것도, 디스이즈네버댓이나 커버낫, 키르시, 앤더슨벨 같은 무명의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도 무신사를 통해서였다.
종합 패션 온라인몰로 성장한 무신사는 올해 연간 거래액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신발뿐 아니라 해외 명품부터 캐주얼, 화장품, 정장 등 패션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 영업 기반을 넓혔다. 패션 매거진을 발간하고 유행하는 스타일, 코디 팁 같은 걸 바이어(MD)들이 제안해 주는 코너도 운영한다.
그래도 시발점이었던 신발에 대한 전문성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글로벌 브랜드들의 한정판 신발을 소량이라도 확보해 래플(무작위 추첨 방식)로 판매하고 있다.
올해 7월 오픈한 솔드아웃(한정판 신발 전문 마켓)의 등장은 무신사 파워를 실감케 했다. 솔드아웃은 2개월 만에 가입자 수 10만 명을 돌파하며 패션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조 대표가 당초 솔드아웃을 시작한 건 “누구나 스니커즈 문화를 즐겁게 경험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1020세대가 마음껏 신발을 좋아할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장터를 열어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래 수수료와 배송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수천만원에 리셀(되팔기)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에어 디올 조던’ 같은 한정판 신발을 매달 경품으로 제공하는 등 이벤트도 기획했다.
지난 8월 말 솔드아웃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도, 매달 래플 방식의 희소성 있는 신발을 판매하는 것도 신발 마니아들을 위한 행보였다. 지난 12일부터 무신사가 시작한 ‘에어 조던1 하이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래플 이벤트에는 이틀 만에 25만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2018년 패션에 특화된 동대문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를 열었다. 지난해엔 신진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인 ‘무신사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개최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편집숍 ‘무신사 테라스’를 홍대 인근에 여는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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