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차트와 주식시장은 달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전날인 지난 14일 방탄소년단(BTS)의 ‘새비지 러브 리믹스’와 ‘다이너마이트’가 각각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의 1, 2위에 올랐다. 마치 빅히트 상장을 축하하는 듯했다. 투자자들은 빅히트 주가도 BTS 노래 순위처럼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 희망은 15일 오전 9시 상장 후 3분 만에 상한가가 풀리며 깨졌다. 다음날인 16일은 더 참혹했다. 22% 넘게 추락했다. 전날 상한가 대비 42.8% 낮은 가격이다. 빅히트 추격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공모주 시장의 과열을 반영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공모가, 식고 있는 전체 시장의 분위기 속에 먼저 빠져나오려는 ‘탈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탈출심리를 자극한 것은 그 몇 배 되는 매도 물량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빅히트는 청약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방시혁 대표, 2대주주인 넷마블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모두 6개월의 의무보유확약을 걸었다. 하지만 4대주주인 메인스톤(외국인으로 분류)과 5대주주 웰블링크를 비롯해 여러 법인이 빅히트 지분을 의무보유확약 없이 들고 있다. 아무 때나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주가가 하락한 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도 올해 2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하나금융지주보다 높았다. 빅히트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890억원이다.
달라진 시장 분위기도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시장이 상승할 때 상장해 한동안 높은 주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시장 조정기에 상장한 빅히트는 이런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수급 요인을 뛰어넘으려면 성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빅히트의 연도별 매출 증가율은 2021년 70.37%에서 2022년 37.53%로 감소한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BTS 재계약 및 군입대 이슈를 고려하면 빅히트의 이익 급증은 내년을 기점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BTS의 뒤를 이을 대형 신인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BTS 동생그룹’들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모주를 받지 않고, 상장 후 추격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빅히트가 아니라 빅쇼트다” “주식도 환불이 가능한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개인투자자는 상장 당일 빅히트 주식을 243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들은 하루 사이 30% 가까운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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