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가족 모임에서 벌어진 다툼이 법정 싸움으로 번진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추석 명절에 친척 머리채를 잡고 주먹질을 한 부녀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추석 당일인 9월 13일이었다.
추석을 맞아 친척집을 방문한 A씨는 그곳에서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외숙모 B씨를 마주쳤다.
당시 A씨는 "시댁이나 가지 여기는 왜 오냐”는 B씨의 핀잔에 "자기네 집도 아니면서 난리"라고 대꾸했다.
이에 화가 난 B씨는 음식물이 든 비닐봉지로 A씨의 얼굴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았다. A씨도 B씨의 머리채를 잡으면서 둘 간 몸싸움이 시작됐다. 주변에 있던 다른 가족들이 말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화가 난 A씨 아버지가 싸움을 말리던 B씨 딸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 차례 때리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B씨의 딸이 "고모부(A씨 아버지)에게 맞았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싸움에 연루된 이들 모두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A씨 부녀와 B씨 모두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됐다. 다만 A씨 부녀는 법정에까지 서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아버지에게 벌금 70만원을, 폭행 혐의를 받은 A씨에게는 벌금 3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아버지에 대해 "처조카의 얼굴 부위를 주먹으로 때린 것은 죄질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딸이 폭행당하는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상해도 매우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는 "방어수단이라기보다는 공격에 대응한 공격행위이므로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다"며 "친척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얼굴을 맞고 머리채를 잡히는 충격적인 경험에 따라 우발적으로 머리채를 잡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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