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도 연료전지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미국 블룸에너지는 연중 저점부터 최근까지 6배 넘게 올랐다. 블룸에너지는 아직 적자를 보고 있는데 조만간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 종목이 반등한 건 지난 15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와 관련 있다. 이 위원회에서 정부는 HPS 도입 방침을 밝혔다. HPS는 발전사업자가 전기 판매량의 일정 비중을 수소발전용 연료전지에 할당토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의 제도개편을 (다른 신재생에너지보다) 우선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HPS 시행에 필요한 연료전지 의무 발전량과 대상 사업자는 추후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HPS는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연료전지 산업 육성정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두산퓨얼셀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6.3배로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 업종 평균(23.3배)보다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만든 PDR 산출방식을 적용해 가치 평가를 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해당 기업의 미래 점유 시장 크기를 그 기업의 시가총액으로 나눠 PDR을 산출할 수 있다. 이 방식대로 두산퓨얼셀의 PDR을 계산해보면 1.1배(2040년 예상 매출을 최근 시총으로 나눈 값)가 나온다. 삼성SDI(1.1배)와 비슷하고 중국 CATL(1.7배)보다 낮다.
에스퓨얼셀도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에스퓨얼셀의 매출 비중(올 상반기 기준)을 보면 발전용 연료전지는 8.0%에 불과하고 빌딩용 연료전지가 88.4%로 주력이다. 정부 HPS의 혜택보다는 연료전지 대중화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매출 대부분이 발전용에서 나오는 두산퓨얼셀과는 시장이 달라 경쟁 우려도 낮다. 에스퓨얼셀의 경쟁자는 일본 미쓰비시, 도시바 등이다.
미국 기업들은 적자 상태다. 미국 블룸에너지와 퓨얼셀에너지의 영업이익은 각각 -1032억원(지난 상반기), -196억원(2~7월)이었다. 두산퓨얼셀이 올 상반기 79억원 흑자를 본 것과 대비된다.
다만 블룸에너지는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블룸에너지의 연간 매출은 2017년 4196억원에서 지난해 901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은 2017년 -1775억원에서 지난해 -2665억원으로 나빠졌지만, 더 최근 추세를 반영한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977억원에서 올 2분기 -338억원으로 개선됐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블룸에너지 주가는 연중 저점(3월 18일 3.07달러)부터 이달 16일(18.86달러)까지 514.33% 올랐다. 반면 퓨얼셀에너지는 지난해 말 크게 오른 뒤 올 들어서는 지지부진하다. 영업이익이 지난 1월 -36억원에서 7월 -103억원으로 더 나빠지는 등 실적 개선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퓨얼셀은 실적 개선이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 퓨얼셀에너지가 조기 계약 해지를 요구해 포스코 측과 분쟁중이기 때문이다. 블룸SK퓨얼셀도 원천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 블룸에너지의 연료전지를 수입해 거의 가공 없이 판매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두산퓨얼셀 눈앞에 닥친 과제는 해외진출이다. 아직 두산퓨얼셀은 해외 판매 실적이 없다. 다만 싱가포르, 중국 등으로 판매망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주로 아시아권 국가를 대상으로 판촉을 하고 있어 미국 연료전지 업체는 서구권을, 두산퓨얼셀은 아시아권을 분점하는 구도도 가능하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선진국이 한창 수소경제 육성 정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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