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봉한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 로봇’에서 로봇은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나온다. 인공지능(AI) 로봇은 인간이 세운 원칙(명령어)을 어기고 자신의 세계를 만든다. AI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인 마이클 조던 미국 UC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학과 교수의 의견은 어떨까. 그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로봇이 인간을 넘어서는 일은 수백 년 후에나 가능하다”며 “인류는 AI를 잘 이용할 수 있는 분야에 더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던 교수는 다음달 11일 개막하는 ‘글로벌인재포럼 2020’의 기조연사로 나서 ‘인공지능과 인간,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2016년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컴퓨터 공학자’로 뽑았다.
AI를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 아마존을 꼽았다. 아마존은 사업 초기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쇼핑 습관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추천·예측을 하는 엔진을 처음으로 구축했다. 조던 교수는 “아마존은 AI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며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 역시 AI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 역시 초기 스팸과 정상 메일 구분 등에 머신러닝을 활용했다. 지메일과 웹 검색, 모바일 검색을 바탕으로 구글은 이용자의 관심사와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용자의 취향과 필요한 정보를 분석하고 예측도 가능하게 됐다.
이어 “1930년대 앨런 튜링(영국의 수학자·논리학자) 이후 수많은 사람이 인간의 사고방식을 흉내내는 기계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람의 뇌를 이해하고 흉내낸 기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던 교수는 “성공적인 AI를 비행기에 비유하면 날개 달린 자동차 여러 대를 하나의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동시에 내려앉게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는 AI, 인간을 넘어서는 AI를 진정한 AI라고 본다면 우리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AI 발달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기보다 일반적인 기술의 진보로 나타나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던 교수는 “특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권력과 부의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는 해당 기술에 누구나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코딩 교육에 관심있는 직장인에게도 조언을 했다. 그는 “AI를 잘하기 위해 더 중요한 건 확률과 통계, 수학적 사고”라고 말했다. AI 분야에 뒤처진 나라에 대해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조던 교수는 “AI 기초가 되는 빅데이터는 해당 국가의 특색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모든 국가의 지배자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마이클 조던 교수 약력
△1985 UC샌디에이고 인지과학 박사 △1988~1998 매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과 교수 △2009 미국컴퓨터학회 엘렌 뉴웰상 수상 △2016 인공지능국제회의 연구 우수상 수상 △2020 국제전기전자공학회 존 폰 노이만 메달 수상 △1998~ UC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학과 교수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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