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사와 장편소설을 쓰고, 작곡의 코드 짜기는 물론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거짓말’까지 하는 인공지능(AI) GPT-3가 지난 5월 28일 공개됐을 때 뉴욕타임스는 “놀라움을 넘어 무섭다”고 평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잡지인 와이어드도 “오싹함을 느낀다”고 적었다. GPT-3를 개발한 회사는 20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된 ‘오픈AI’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설립자 중 한 명이다. 이 회사는 AI가 인류에게 위협일 수도 있다고 여겨 개발한 AI의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누구나 사용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정작 세상이 놀랄 만한 GTP-3의 베타버전이 공개되자 오픈AI는 모든 알고리즘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라이선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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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시장은 △AI 학습과 컴퓨팅 △AI를 통해 제작된 모든 앱과 프로그램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 등 전자기기 △AI 기술이 적용된 자율 기계 등으로 분류된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기 AI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자금 외에도 AI 학습에 필수적인 검색 자료(자연어)와 영상, 위치정보, 클라우드 등도 갖고 있다. 실리콘밸리 관계자는 “이들 기업은 자체적으로 AI 핵심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관련 기술을 재빠르게 개발한 스타트업이나 경쟁사가 있으면 인수에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5월 시리(Siri)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 자연어 학습과 관련된 AI 스타트업인 ‘인덕티브’를 사들였다. 애플이 이런 식으로 지난 7월 말까지 사들인 AI 스타트업은 20개로, 구글(14개) MS(10개) 페이스북(8개) 아마존(7개)을 압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반도체 회사들은 최근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 장비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진 엔비디아가 지난달 13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400억달러(약 46조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반도체 M&A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건이다.
엔비디아는 AI 관련 칩 기술을 ARM의 반도체에 적용해 자율주행이나 사물인터넷(IoT) 관련 시장 장악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엔비디아의 AI·그래픽 기술이 ARM의 생태계와 결합해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회사인 AMD는 현지 반도체 회사인 자일링스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수 예상 금액은 300억달러로 알려져 있다. 자일링스는 무선통신, 데이터센터, 자동차, 항공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한다.
미국 벤처투자회사들은 SK하이닉스, LS홀딩스 등 한국 대기업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업과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전 세계 AI 관련 회사를 찾아내 투자를 성사시키고 있다. 미국에선 AI 관련 알고리즘 회사나 앱을 통해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회사에, 중국에선 이를 수행할 자동화 기계를 생산하는 업체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트렌드다.
미국의 한 벤처투자회사는 지난 4월 AI와 머신러닝 기반 업체인 ‘4패러다임’에 2억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다른 벤처펀드는 6월 데이터 관리 업체인 이뮤타에 4000만달러의 자금을 넣었다. 이 펀드의 주요 주주는 인텔이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올해 2월 중국, 미국(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포니에 4억6200만달러를 투자했다. 투자한 AI 관련 회사가 상장하면 기술 획득과 함께 투자 성과로도 이어진다. 올 들어 상장된 자율주행 디자인회사 ‘죽스’와 ‘드라이브.ai’의 대주주는 각각 아마존과 애플이다.
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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