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게임 국내 휩쓰는데…韓, 4년째 '판호 0건'

입력 2020-10-18 17:32   수정 2020-10-26 15:34

중국 정부가 최근 외국 게임을 대상으로 판호(版號·게임서비스 허가권)를 발급했지만 이번에도 한국 게임은 하나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물론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미국 게임도 여럿 포함됐다.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중국 게임은 한국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는 모습이다.
일본 12개, 미국 5개…한국은 ‘0’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9·10월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외국산 게임 28개에 판호를 발급했다. 3월 27개를 더하면 올해 모두 55개의 외국 게임이 판호를 받았다.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국내외 게임에 대한 판호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은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2017년 3월 이후 한국 게임에 단 하나의 판호도 내주지 않고 있다.

이번 판호 발급에서는 일본 게임이 12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 5개, 유럽 9개, 동남아시아 2개였다. 일본은 지난해에도 63개의 게임이 판호를 받았다. 보고서는 “일본과 중국의 게임시장 성향이 비슷해지고 있는 트렌드가 작용했다”며 “소위 ‘오타쿠 문화’로 불리는 만화, 애니메이션풍 비주얼의 미형 캐릭터 중심 게임이 양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원피스’ ‘원펀맨’ ‘블리치’ 등 만화·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이 판호를 받은 게임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분쟁으로 인한 갈등이 깊어지는 와중에도 판호를 받았다. 보고서는 현지 퍼블리셔(게임 유통사)와의 협력을 그 이유로 꼽았다. ‘콜 오브 듀티 모바일’ 개발사인 액티비전은 중국 텐센트와 개발 단계부터 협력했고 ‘해리포터 매직 어웨이큰드’ 역시 워너브러더스가 중국 넷이즈와 협업해 개발했다. 퍼블리셔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완전한 미국산 작품이 아니라 ‘중국 현지 게임’으로 볼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게임의 내용과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중국 게임시장에 이익이 되느냐가 판호 발급 기준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韓 앱장터 매출 20위 중 7개가 中 게임
중국 정부가 한국 신규 게임 출시를 막고 있는 동안 한국 시장에서 중국 게임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18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상위 20개 게임 중 ‘기적의 검’ ‘원신’ ‘라이즈 오브 킹덤즈’ ‘AFK아레나’ ‘스테리테일’ ‘일루전 커넥트’ ‘그랑삼국’ 등 7개가 중국 게임이었다. 중국 모바일 게임은 한국 게임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달 출시된 중국 개발사 미호요의 오픈월드 역할수행게임(RPG) 원신은 1주일 만에 세계 시장에서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게임이 한국에서 올린 매출도 늘고 있다.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산업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115억9000만달러(약 13조2821억원)에 달했다. 국가별 수출 비중을 보면 한국은 14.3%다. 미국(30.9%), 일본(22.4%)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반면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은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對)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수출이 2017년 35억8340만달러(약 4조1065억원)에서 2018년 32억1384만달러(약 3조6830억원)로 줄었다고 집계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게임업계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판호 발급 재개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는 “다음달 열릴 예정이던 제1회 한·중·일 e스포츠 대회가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산됐다”며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중국 진출 문제도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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