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업계에서 단연 활약이 두드러진 회사는 삼성증권이다. 올초 카카오게임즈의 상장주관사 자리를 꿰차더니 ‘대박’을 터뜨렸다. 카카오게임즈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 1479 대 1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일반청약에서도 59조원이 몰리면서 IPO 역사상 가장 많은 증거금을 모았다.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절차를 진두지휘한 김병철 삼성증권 기업금융1본부장(사진)은 “카카오게임즈의 성공은 예견됐던 것”이라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매력적인 공모가격이다. 김 본부장은 “카카오톡이 전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만큼 경영진은 공모가에 욕심내기보다 회사가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를 바랐다”며 “희망 공모가격을 설정할 때부터 고객 친화적 전략이 녹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치밀한 사전 준비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그룹 자회사 중 첫 번째로 상장을 추진하는 사례여서 관심이 집중됐다. 게다가 2년 전 상장이 무산된 적이 있어 회사 측의 부담도 상당했다. 삼성증권은 이 틈을 노렸고 지난 4월 공동 주관사로 추가 투입됐다. 2018년 상장을 추진했을 당시엔 한국투자증권이 단독 주관사로, 삼성증권은 인수단으로 참여하기로 했으나 이번에 지위가 격상된 것이다. 김 본부장은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상장을 단독 주관하면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주관사 계약을 따냈다. 그는 “상장에 재도전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시작했다”며 “남궁훈 대표와 김기홍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임원진과 카카오공동체가 한몸이 돼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회사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풍부한 유동성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청약자금이 그대로 증시로 유입되면서 주가를 밀어올렸다. 공모가 2만4000원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첫날 공모가가 시초가의 두 배를 형성한 뒤 이틀 연속 상한가(일명 따상상)를 기록했다. 김 본부장은 “일각에서는 주가가 높다고 하는데 카카오그룹의 플랫폼 가치와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올 하반기부터 실적이 급격히 개선되는 고성장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카카오게임즈로 약 3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올해 기업금융본부가 수임한 딜 중에 규모가 가장 크다. 청약 과정에서 신규 고객은 2만6000여 명 늘었고 고객 예탁금은 두 달 새 44조원 급증했다. 그는 “IPO의 중요성을 사내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상장 주관 업무를 전폭 지원해주는 분위기도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국내 IPO업계의 빅3 체제는 곧 무너질 것”이라며 “1강, 2중, 3약 체제로 바뀌고 ‘2중’에 삼성증권이 새롭게 진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동안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3개 증권사가 시장을 장악하는 구도가 이어졌지만 판도가 바뀔 것이란 얘기다. 그가 자신하는 이유는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대어들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상장주관사가 결정되지 않아 증권사 간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그는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주관사 계약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사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HK이노엔 등 굵직한 기업의 상장도 이어질 전망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1조원대로 평가받았다. 예상 시가총액 7000억~9000억원 규모의 ‘빅딜’로 삼성증권과 KB증권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성장성 특례 상장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 기업가치 2조원대로 추정되는 HK이노엔도 다음달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간이 공동 주관을 맡고 있다. 이 밖에 인공지능 의료기기 개발사 뷰노,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사 고바이오랩, 전자결제데이터 전문기업 쿠콘 등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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