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대해 표본 설계 연구용역을 소수 인원이 독점해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정 연구진에 의한 연구용역 독점, 용역 몰아주기와 같은 비정상적 행태로 인해 주택가격동향조사가 부실하게 설계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운 더불어민주당 의원 19일 “신뢰성 논란이 있는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조사의 표본 설계 연구용역을 연구진 3명이 수년간 기관을 바꿔가면서 독점해왔다”며 “한국감정원이 수년간 특정 연구진에게 일감을 몰아준 사실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감정원이 소병훈 의원에게 제출한 주택가격동향조사 표본설계 용역현황 자료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대학교 통계학 박사 출신 김모씨와 성균관대학교 통계학 박사 출신 유모씨는 2012년 한국주택학회에서 수주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표본 및 통계 개편 방안 연구’를 시작으로 용인대학교 산학협력단, 한국통계학회 등 기관을 바꿔가며 6년 동안 용역을 독점해왔다. 특히 2014년 한국감정원이 발주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표본보정 및 지수개선 연구용역’은 다른 연구진의 참여 없이 김모씨와 유모씨 등 2명이 용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수의계약으로 수주하여 해당년도 용역을 독점했다고 소 의원은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통계학 박사 출신 연모씨도 2015년 한국통계학회가 수주한 ‘조사표본 및 지구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로 처음 용역에 참여한 이후, 2017년까지 3년간 조지아대학교 출신 김모씨, 성균관대학교 출신 유모씨와 관련 용역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모씨는 2016년부터 용역을 함께한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통계학 박사 출신 김모씨와 함께 2018년 한국조사연구학회로 자리를 옮겨 작년까지 총 5번의 표본선정 및 보정에 관련된 용역을 담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소병훈 의원은 “정부 용역을 특정 연구진이 수주 기관을 바꿔가며 무려 6년간 독점해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가 그동안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부실하게 설계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특정 연구진에 의한 연구용역 독점, 용역 몰아주기와 같은 비정상적 행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교수는 “한국감정원은 2015년 연구용역 공고 당시 ‘공고일로부터 5년 이내 단일계약 건으로 1000만 원 이상의 전국 단위 부동산가격 조사통계 표본설계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한 실적이 있는 자’라는 조건을 걸었다”며 “당시 이러한 용역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내정자를 정해두고 공고를 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병훈 의원 조사결과 감정원이 해당 공고를 냈을 당시 국내에서 전국 단위 주택가격조사 표본설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2012년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에 참여한 10명뿐이었다. 또 이러한 용역을 2회 이상 수행한 이들도 조지아대 출신 김모씨, 성균관대 출신 유모씨와 서울대 출신 박모씨 등 3명에 불과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감정원이 이와 같은 공고를 내서 유찰되도록 한 후, 수의계약을 통해서 과거 연구용역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소병훈 의원은 “이처럼 연구용역을 몰아준 책임은 결국 발주처인 한국감정원에 있다”고 주장했다. 감정원은 올해도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표본 전면 재설계 및 개선연구’를 발주하면서 수의계약을 진행했다. 소 의원은 “주택가격동향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의계약을 통해 용역을 맡기는 관행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연구진을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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