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금 3억원의 아산상 대상을 받은 여혜화 베네딕다 수녀(72·사진)의 수상 소감이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27년간 봉사해온 여 수녀는 “우간다 주민과 함께하려고 노력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태어난 여 수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구에 있는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에 들어갔다. 이후 필리핀 성바오로대에서 간호사 면허를 딴 그는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소록도를 찾았다. 이곳에서 3년간 봉사활동을 마친 여 수녀는 1993년 아프리카 우간다 파견을 지원했다.
수녀회에서 우간다로 파견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과 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후원금이 생길 때면 벽돌을 쌓으며 1995년 병원 역할을 하는 성베네딕도 헬스센터를 세웠다. 가장 신경 쓴 것은 산부인과와 치과였다. 에이즈센터도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의사도 채용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매일 200명 넘는 외래 환자가 찾는 의료기관이 됐다.
1995년 유치원을, 2000년 초등학교를 세웠다. 학생 수만 700명이 넘는 명문 학교가 됐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학비를 면제하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여 수녀는 우간다공동체 원장을 맡아 직접 사탕수수 농사를 짓고 민물고기 치어를 기르며 공동체 자립을 돕고 있다. 우간다 정부도 처음에는 유상으로 임대했던 학교와 병원 부지 등 24만8000㎡(7만5000평)를 2014년 무상으로 기증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우간다에서 조용히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 희망이라는 그는 “제2의 고향인 우간다에서 지역주민과 삶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아산상 의료봉사상은 19년간 파키스탄 사막에 종합병원을 세우고 인술을 실천한 민형래 차초로병원장(54), 사회봉사상은 84년간 소외계층의 보금자리가 된 사회복지법인 성모자애원이 받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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