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 시절 유흥업소 출입을 숨기기 위해 학교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진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카드 쪼개기'까지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분할 결제를 뜻하는 '카드 쪼개기'는 보통 결제 금액이 클 경우 감사 대상이 되는 것을 회피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장하성 대사의 이 같은 행태는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취임하기 한 달 전까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3월 24일 총 48만원을 24만원씩 나눠 결제한 뒤, 같은해 12월 19일에는 하루 동안 23만원과 24만원을 같은 장소에서 결제했다.
이듬해 1월 2일과 10일에는 각 23만원, 21만원씩 분할 결제했고, 정책실장으로 일하기 직전인 같은 해 4월 21일에는 총 40만원을 20만원씩 분할해 결제했다. 이렇게 결제한 총금액만 223만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법인카드는 유흥주점에서 결제할 수 없는 '그린카드'다. 다만 해당 업소가 유흥업소가 아닌 '서양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결제가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하성 대사의 유흥업소 사용 의혹은 고려대가 올해 초 처음으로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았으면서 드러났다. 해당 감사에서 고려대 교수 13명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한 강남구 유흥업소에서 1인당 1~86차례에 걸쳐 '교내연구비' 등 법인카드로 합계 6693만원을 결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9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법인카드 부적정 사용액을 회수해 관련 회계로 세입 조치하고 관련자 중 12명은 중징계, 1명은 경고 조치하라고 학교 측에 통보했다. 장하성 대사는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된 내역이 확인되면서 중징계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장하성 대사가 이미 고려대에서 퇴임한 이후이기에 '퇴직 불문(징계하지 않음)' 처리됐다. 현 방침으로는 징계할 방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찬민 의원은 "장 대사가 퇴직했다는 이유로 교육부와 고려대 측이 징계를 안 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리 명단에서 정권의 실세 이름이 나오자 조용히 덮고 가려는 명백한 봐주기 감사"라고 지적했다.
학생들 또한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고파스'에 "실망스럽다" "교수님 가르침대로 분노하면 되느냐" "존경하던 교수님들이 범죄자였다"는 글을 올리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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