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가 되기까지는 보통 두 달 정도 걸린다. 보험회사에 찾아가서 한두 차례 면접을 봐야 하고, 설계사 시험 준비 기간에는 보름 가까이 회사 강의실에 머물러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면 한 달 안팎의 사내 실무교육도 이어진다. 한화생명은 보험설계사가 되는 일련의 과정을 스마트폰 앱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험상품 판매 계약도 온라인에서 끝낼 수 있다. 이런 비대면 방식의 보험설계사 채널을 마련한 회사는 보험업계에서 한화생명이 처음이다.
“보름이면 보험설계사 등록 가능”
한화생명은 보험설계사 모집과 교육부터 상품 판매 등을 모바일에서 진행할 수 있는 디지털 영업채널 ‘라이프(LIFE) MD’를 공식 출범했다고 19일 밝혔다. 라이프 MD는 보험협회에서 설계사 자격시험을 치를 때 빼고는 오프라인 활동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 설계사가 되겠다는 뜻도 스마트폰 앱으로 알리고 면접도 화상으로 치른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닷새 정도면 설계사 시험에 필요한 동영상 강의를 모두 들을 수 있다. 보험연수원 교육도 비대면으로 받는다.
설계사 교육에 필요한 돈은 한화생명이 내준다. 한화생명은 라이프 MD 소속 보험설계사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교육비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설계사 시험 응시료(2회 4만원)와 생명보험협회 자격 등록비(6000원) 등을 지원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라이프 MD를 통해 보험설계사가 되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부담 없이 보름 정도면 어렵지 않게 보험설계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 MD는 디지털 영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최고디지털책임자·사진)가 사업화를 주도했다.
자기 보험 들 때 수수료 받는 기회
한화생명이 라이프 MD 영업 채널을 구축한 이유는 전업으로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 것은 어렵지만 부업으로 보험상품을 팔아보려는 수요가 많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누구든 쉽게 설계사가 될 수 있고 상품 판매도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잡족(직업이 두 개인 사람)’이나 ‘경단자(직장 경력 단절자)’ 등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설계사 활동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전업 설계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계획이다.
본인과 가족의 보험을 가입하면서 모집 수수료를 타보려는 사람들도 라이프 MD 설계사의 주력이 될 수 있다는 게 한화생명의 예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상품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종신보험의 경우 3~6개월치 보험료를 수수료로 받을 수 있다. 한 달에 10만원짜리 종신보험을 들었을 때 50만원 안팎의 수입을 얻는다는 얘기다. 한화생명은 설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정식으로 설계사 등록을 하면 축하금으로 50만원을 주기로 했다. 아이와 부모님의 보험까지 설계하면 벌이는 더 늘어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설계사 본인이 보험에 들면 불완전 판매 우려가 없고 계약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효과도 있어 설계사와 회사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