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1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고 있음에도 주가가 신주 가격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에서 버텨내면서 증자 성공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진에어는 오는 26일부터 이틀 동안 기존 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위한 청약을 받는다. 발행할 신주는 1500만주로 현재 발행주식(3000만주)의 절반에 달한다. 이 회사는 이번에 조달하는 1050억원을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정비비 등을 지급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던 지난 8월보다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주주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19일 진에어 주가는 9100원에 마감했다. 증자 계획을 내놓은 8월 5일(9980원) 이후 8.81% 하락했다. 대량의 신주를 발행하는 것치곤 충격이 덜했다는 평가다. 현재 주가가 신주 발행가격(7000원)보다 30% 높아 청약에 참여하면 진에어 주식을 시세보다 꽤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을 전망이다.
경영난에도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는 평가가 주가를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CC 연쇄 부도 우려가 고조됐던 두 달 전과 달리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낮추면서 사람들이 이동이 차츰 증가하고 있다. 진에어는 이 같은 변화 덕분에 최근 국내선 공급을 늘리고 국제선 중 5개 노선(중국 시안, 일본 도쿄·오사카, 대만 타이페이, 태국 방콕) 운항을 재개했다. 최근에는 화물운송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줄어든 여객수요를 만회하기 위해 오는 24일부터 ‘B777-200ER’ 여객기 1대를 개조해 화물기로 운영할 계획이다.
대기업인 한진그룹 계열사인 데다 국내 LCC 중 가장 재무구조가 양호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진에어는 이번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버틸만한 재무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증자를 통해 지난 6월 말 1290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이 234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592.1%인 부채비율은 255.4%로 떨어질 전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1년간 예상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이자비용, 갚아야 할 차입금 등을 고려해도 여유자금이 400억~500억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대주주인 한진칼(지분율 60%)이 청약 의사를 보인 것도 호재다. 한진칼은 이번 청약 기간에 진에어 신주를 배정물량(736만9009주) 이상 사들일 계획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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