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실을 꾸민 뒤 화상통화를 하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수백명에게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편취한 보이스피싱 일당이 1년 4개월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성동경찰서는 검찰?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300명이 넘는 피해자로부터 총 140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원 45명을 검거했으며 이 중 16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에게는 범죄단체조직 및 사기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수법은 전형적인 보이스피싱과 다를 바 없지만 한층 치밀해졌다. 검사 사칭에서 나아가 검사실과 똑같은 방을 차려 피해자와 직접 영상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는 형사과 내 한 개 팀이 투입됐다. 지난 5월 현금 수거책을 검거한 이후 총책 등 윗선 검거에 나섰다.
검거된 수거책의 범행 전후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하던 중, 조직원들에게 범죄수익금을 분배한 계좌들을 발견해 공범간 통화 및 카카오톡 내역과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해 조직원을 특정했다.
지난 8월에도 성동서는 택배 배송 메세지를 통해 한 사람에게만 무려 26억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일당을 검거한 바 있다.
이들은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였다. 여러 조직에서 분업해 운영하던 콜센터, 대포통장?수거책 모집, 환치기, 개인정보 해킹 등의 역할을 하나의 조직 내에서 통합·관리하는 방법으로 체계적 구조를 갖춘 뒤 범죄수익을 극대화했다.
경찰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국내 조직원들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를 내렸고, 국외도피 사범은 인터폴 적색수배 등을 통한 국제공조수사로 검거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 송치된 16명 중 1명을 제외하면 중국 현지에서 활동 중인 유력 조직원"이라며 "15명은 중국 현지에서 콜센터, 조직원 교육 등을 담당하는 주범에 속하는 조직원들로 이들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잡았다"고 설명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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