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구 아들 살해 70대母 징역 20년 구형…법원 "檢수사 제대로 했나"

입력 2020-10-20 14:59   수정 2020-10-20 15:01


검찰이 술병으로 아들의 머리를 내리치고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70대 노모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 심리로 2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살인 혐의로 기소한 A(76)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아들이 술만 마시는 게 불쌍해 살해했다고 말했다"면서도 "피고인이 76세의 고령이고 경찰에 자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진짜로 불쌍해서 제가 그렇게 했다. 희망도 없이 사는 꼴이 너무 불쌍해서, 술만 마시면 쭈그리고 앉아서 제정신이 없고 불쌍해서 그랬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올해 4월20일 0시 56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들 B(51)씨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당일 오전 끝내 숨졌다.

A씨는 범행 직후 "아들의 목을 졸랐다"고 112에 직접 신고했으며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B씨는 만취 상태였으나 A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같이 사는 아들이 평소 술을 많이 먹고 가족과도 다툼이 잦았다"고 진술했다.

앞서 재판부는 76세 노모가 체중 100㎏을 넘는 아들을 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지난달 24일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장면을 재연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또 가로 40㎝, 세로 70㎝ 크기의 수건을 목에 감을 경우 노끈 등에 비해 두껍다며 살해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의심했다.

A씨는 범행을 재연한 뒤 "아들이 술을 더 먹겠다고 하고 여기저기에 전화하겠다고 했다"며 "뒤에서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쳤는데 정신이 있었고 수건으로 돌려서 목을 졸랐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수사가 미비해 의문점이 있다는 판사와 제3자의 개입 가능성까지 고려해 수사했다는 검사가 신경전도 벌였다.

표극창 부장판사는 "사무실에서 개인적으로 재연을 해봤다"며 "여성 실무관에게 수건으로 목을 조여보라고 했는데 피가 안 통하긴 했지만 아무리 해도 숨은 쉬어졌고 불편한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살인죄가 워낙 중한 범죄여서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무고한 한 사람이 처벌받으면 안 된다"며 "(피고인 등의) 진술에 의혹이 많은데 너무 수사가 덜됐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는 사건 현장에서 곧바로 사망한 게 아니라 저산소증을 보인 뒤 병원으로 옮겨져 숨졌다"며 "제3자의 개입 가능성도 조사했고 피고인의 사위도 증인으로 신청해 그런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날 결심 공판 전 A씨의 딸은 증인으로 출석해 "오빠가 평소에도 만만한 엄마를 때렸다"며 "이혼하고 양육비도 보내주지 못해 아들을 못 보고 돈벌이도 못 하니 엄마만 잡은 거 같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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