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중수익 투자비중 늘리겠다"

입력 2020-10-20 17:09   수정 2020-10-21 00:56

과학기술인공제회는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공제회 중 하나다. 회원 대부분이 기업과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 첨단 정보기술(IT) 기업 임직원이어서 4차 산업혁명 확산과 함께 회원 수가 늘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운용 자산은 7조1500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약 6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5월부터 공제회의 투자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허성무 자산운용본부장(CIO·사진)은 국내 금융공학 1세대로 불린다. 여러 회사를 거치며 구조화 금융과 대체투자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허 본부장은 “지난 4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였던 주가가 최근 정상 상태로 복귀하고 있어 중위험·중수익형 투자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고 실물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선다고 해도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는 힘든 여건”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주가가 선행적으로 올라 있는 상태기 때문에 당분간 주식 투자의 기대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과학기술인공제회의 국내와 해외 자산 비중은 각각 37%와 63%다. 자산군별로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26%, 사모펀드(PEF)와 사모대출펀드(PDF) 등 기업투자 상품 비중이 23%에 달한다. 채권(15%), 인프라(14%), 주식(12%) 비중은 비슷한 수준이다.

허 본부장은 비중을 키우고 있는 대체투자와 관련해 “PEF와 PDF 등 수익성 높은 기업투자 상품과 안정적인 부동산·인프라 상품의 비중을 4 대 6으로 맞출 계획”이라며 “벤처캐피털(VC) 투자는 공제회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만큼 비중을 더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상쇄하기 위한 실물자산 투자가 중요해지긴 했지만 그만큼 옥석을 잘 가려서 투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허 본부장은 “리테일 상업 시설 투자는 자제할 생각이고 오피스 빌딩 투자도 기존보다 더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유망 부동산 자산으로는 데이터센터와 통신 중계시설, 물류시설, 바이오산업 연구시설인 바이오랩 등을 꼽았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미 충분한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지만 기존 업계의 반발과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널리 확산되지 못했던 신사업들이 일거에 자리 잡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했다. 원격진료를 필두로 한 헬스케어산업, 온라인 교육산업의 성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입시 시장에서 단련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라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이전에 몸담았던 자산운용사에서 역세권 청년주택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경험 덕분이다. 그는 “연기금, 공제회와 같은 기관이 교통이 편리한 서울 역세권 지역에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양질의 임대주택을 지어 임대하면 주택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청년층 임대주택에 대한 투자는 기관으로선 채권과 같은 투자 상품”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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