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표준' 글로벌 전쟁…韓 '즉석밥'도 국제규격 추진

입력 2020-10-20 17:23   수정 2020-10-2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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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국제식품규격 채택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국 생산품을 기준으로 세계규격이 정해지면 수출과 무역분쟁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 김치, 고추장, 된장, 인삼, 김에 이어 햇반 등 ‘즉석밥’의 국제식품규격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즉석밥의 국제식품규격 등록을 위한 제안서와 규격 초안을 작성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즉석밥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동원F&B 등 식품기업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안서와 규격 초안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규격 초안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국제식품규격 아시아지역조정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해 등록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선 아시아규격으로 등록한 뒤 세계규격으로 격상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추장이 2009년 아시아지역 규격으로 등록된 이후 11년 만인 지난 12일 세계규격으로 격상된 것을 고려하면 세계규격 채택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농식품부가 즉석밥의 세계규격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최근 관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져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 태국 등 밥을 먹는 국가를 중심으로 즉석밥 시장이 확대되고 수출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전통식품을 중심으로 국제식품규격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일본 ‘기무치’의 국제규격화를 저지하기 위해 2001년 ‘김치’를 국제식품규격으로 등록한 뒤 2015년 인삼 제품, 올해 고추장 등을 추가로 등록했다. 된장과 김은 각각 2009년과 2017년 아시아지역 규격으로 선정됐다.

국제식품규격으로 선정되면 해외에 해당 식품을 수출할 때 비관세장벽이 사라져 수출이 늘어나고, 무역분쟁 시 기준으로 활용된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국제식품규격으로 채택된 인삼은 이후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5년 5925t에 불과하던 인삼류 수출량은 지난해 1만575t으로 두 배 규모로 늘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약재로 분류됐던 인삼류가 식품류로 처음 인정받아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치의 세계규격 등록은 중국과의 분쟁을 해결하는 단초가 됐다. 중국 김치의 위생기준 개정에 한국이 등록한 국제식품규격이 판단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치의 규격에 맞게 중국의 절임채소 대장균군 기준 개정을 요구했고, 중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중국산 수입 김치의 위생 기준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김치의 세계규격 채택 이후 일본에서 ‘김치’ 브랜드 가치가 590억원에서 736억원으로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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