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중 수험생 응시원서의 개인정보를 보고 "마음에 든다"며 사적 연락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감독관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앞서 1심은 수능 감독관은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사람에 불과해 이를 이용한 사정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 판단했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를 저해한다며 유죄 판단을 내린 것이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최한돈)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씨(32)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11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수능고사장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험생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주소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응시원서를 제공받고 이를 각 수험생의 수험표와 대조하는 과정에서 B양의 연락처를 알게 됐다.
A씨는 며칠 뒤 B양을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한 뒤 "사실 맘에 들었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개인정보보호법 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1심은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처리자는 교육부 또는 지방교육청이기 때문에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한 A씨가 개인정보보호법이 별도의 금지 규정을 두지 않은 '이용' 행위를 한 것만으로는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의 이같은 판단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를 저해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개인정보취급자일 뿐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은 개인정보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까지 저해하는 것이어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에서 정한 '개인정보취급자'란 다른 사람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경우에 상응하는 개념"이라며 "오로지 개인정보 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파일 운용에 직접 관여하는 행위를 하는 자"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A씨는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수능 감독관으로 임명돼 시험감독 업무를 위해 수험생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므로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포섭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는 연락을 받고 두려워 기존 주거지를 떠나는 등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A씨는 변명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고소 취하를 종용해 엄정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B양의 전화번호를 과거 근무하던 학원의 아는 사람과 착각해 이름으로 카카오톡 아이디를 검색해 연락하게 됐다거나, 카페에서 우연히 점원에게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들어 알게 됐다는 등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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